1분기만 8조원 ‘적자’ 한전…고물가에 전기요금 인상 딜레마

비상경영체제 돌입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올해 1분기(1~3월)에만 8조원 가까운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불과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5조8601억 원)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연료·전력구입비가 급등한 탓이다.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13일 1분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적자다. 영업실적이 악화한 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한전의 1분기 전기판매수익은 1년 전보다 4.5% 증가한 15조37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848억원 늘었다. 하지만 연료비 급등과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각종 비용이 늘면서 적자가 났다. LNG 가격과 유연탄의 톤(t)당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142%, 191% 뛰었다. 이런 영향으로 한전의 1분기 자회사 연료비는 7조64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6824억원 늘었다.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도 10조5827억원으로 4조9989억원이었던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훌쩍 뛰었다. 발전이나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로 인한 영업비용도 4592억원 늘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구입비가 전체 영업비의 8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전의 영업실적은 유가 등 국제 연료 가격의 변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유가가 당분간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세계 3대 산유국인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막히면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겼다.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까지 고려할 때 올해 한전의 연간 적자가 최대 3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발전 자회사를 포함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한전 관계자는 “매각 가능한 보유 부동산을 모두 매각하고, 보유 중인 출자 지분도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전이 운영·건설 중인 해외 석탄발전소도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 대상을 추린다는 계획이다. 또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방안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음에도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4.8% 상승, 2008년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원가주의 방침’을 확인했지만, 실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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