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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사재기·할인점 식용유 구매 제한…‘식용유 대란’ 우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식자재 전문 마트의 식용유 판매대 모습이다. 일부 창고형 할인매장은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주 18ℓ짜리 대두유를 20통 샀다. 한 통 가격은 5만2000원꼴이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2만5000~2만7000원 정도였는데 1년 사이 배가량 올랐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대두유 몇 통을 추가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주변 사장님들 얘기 들어보면 도매상에서 대량 주문을 안 받을 거라고도 해서 걱정”이라며 “가게에 더는 쌓아둘 곳이 없어서 새로 주문하면 집에 보관해야 할 것 같은데 참 착잡하다”고 15일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달 시작된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외식자영업자들 가운데 이씨처럼 사재기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구매 개수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소매 시장에도 ‘식용유 대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두유 가격은 글로벌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인상 폭이 커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롯데푸드 대두유 가격은 84%,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는 66% 올랐다.

정부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말레이시아 팜유를 수출하기 때문에 직격탄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장 비축분은 충분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이 현장을 지배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도 세계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 공급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조치는 해바라기유 세계 최대 생산국(점유율 43%)인 우크라이나에서 해바라기유 공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연쇄적으로 국제 시장에서 팜유 가격이 올랐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이 교란되자 수출제한 조치까지 이르게 됐다. 그 여파가 인도네시아로부터 팜유를 수입하지 않는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일부 식용유 제품이 품절 상태다. 연합뉴스

식용유 대란 조짐은 소매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일부 식용유 제품이 빠르게 품절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같은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은 최근 1.5ℓ 식용유의 구매 개수를 1인당 1~2개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경기 하남 트레이더스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식용유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이 여성은 “1인당 2개만 살 수 있다고 하니 살 수 있을 때 미리 사둬야 하나 고민”이라며 “집에서 쓰기엔 좀 큰 느낌도 있는데 한 통은 사둘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3개월 정도 비축분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심각한 공급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비축분이 있다. 지금은 유통 단계에서 공급 조절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의 공급 부족 영향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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