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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의약품 공급 지시하고 약국 시찰한 김정은…‘코로나 정치’ 시작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대동강 인근 약국을 찾아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파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 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해 군 역량을 현장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정치국이 15일 소집한 비상협의회에서 의약품이 약국들에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분석했다고 16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인민군대 군의부문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해 평양시 안의 의약품 공급사업을 즉시 안정시킬 데 대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방역 위기 상황을 맞아 김 위원장의 ‘코로나 정치’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달을 경우 체제의 정당성까지 흔들릴 수 있어 김 위원장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앙검찰소장을 비롯한 사법·검찰부문을 향해 당의 의약품 공급 정책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집행하지 못한 데 대해 강력히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검찰소는 북한의 최고 검찰기관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앙검찰소장의 직무태만에 대한 신랄한 질책은 민심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희생양을 만드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으로 향할 수 있는 방역 실패 책임의 화살을 중앙검찰소장에게로 돌린 것이란 뜻이다.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방역 시스템의 허술함이 부각되는 것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의약품 공급에 군 투입을 지시한 것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후의 보루로 믿을 곳은 인민군대밖에 없다는 김정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자신의 상비약까지 내놓으며 애민 정신을 부각했던 김 위원장은 15일 정치국 협의회를 마친 뒤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약국을 시찰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주민들의 안전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강조해 ‘정상국가’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 교수는 북한이 공개 방역체제로 전환한 것을 두고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알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에 따르면 14일 오후 6시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 39만2920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8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발생한 유열자 총수는 121만3550여명이며, 이 중 64만8630여명이 완쾌되고 56만4860여명이 치료 중이다.

북한은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가 5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보 당국은 이보다 5~6배가량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발표한 수치로 코로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계산하면 0.004%로 나오는데, 이는 남측의 치명률(0.13%)보다도 현저히 낮아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방역 협력 관련 실무접촉 제안 내용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측이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로 준비된 대북 통지문의 수신인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으로 돼 있다.

통일부는 통지문 내용에 대해 “북측에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우리 측의 방역 경험 등 기술 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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