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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윤재순 비서관 시, 잠재적 성범죄자 특징 보여”

최영미 시인. 뉴시스

한국 문학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최영미 시인이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의 과거 시를 둘러싼 ‘성추행 미화’ 논란에 대해 “잠재적인 성범죄자의 특징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은 1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이런 분을 나라를 대표하는 비서실의 비서관으로 앉혀야 하는가”라고 성토했다.

최 시인은 윤 비서관의 시에 대해 “확실히 제 취향은 아니다. 주관적인 기준에서는 시라기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글이었다”며 “어떤 창의적 표현도 거의 없고 재치나 은유나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 뉴시스

그는 “제가 (윤 비서관의) 머릿속에 안 들어가 봤으니 모른다”면서도 “개인적 추측인데 제가 시 속에서 읽은 것은 어떤 욕망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에 자신의 욕망을 삐뚤어진 방식으로 배출하는 청소년기 자아가 고착된 사례, 그런 어떤 남성의 내밀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인도 한 사회 구성원이고 어떤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최 시인은 문제의 시 구절을 두고 “이분이 좀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분이구나 (싶었다)”라며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분들 가운데 성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은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는 교육의 문제다. 소년기에 고착된 성에 대한 욕망, 그것에 대한 인지가 글로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비서관의 시가 성추행 가해자의 무례함을 풍자하려는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최 시인은 반박했다. 그는 “풍자라는 것은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데 그분이 쓴 글은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니다. 그냥 그대로를 썼다”며 “풍자라면 위트나 유머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풍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보는 분들의 기본적 문학적 소양에 대해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미투 운동 이전의 시이기 때문에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서도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라며 날을 세웠다.

최 시인은 “1994년에 이미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다. 이미 그때부터 성추행은 범죄였다”며 “이분이 공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법 이전에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시는 윤 비서관이 2002년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렸다.

‘전동차에서’라는 제목의 시에는 “전동차에서만은 /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 다음 정거장을 기다릴 뿐 / 아무런 말이 없어요”라는 구절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으며 윤 비서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비서관은 성폭력적인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두 번이나 경고를 받았다. 윤 비서관은 자신의 시집에 지하철 전동차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보장된 곳’이라며 지하철 성추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시를 실었다. 그것은 문학이라 할 수 없는 정말 끔찍한 인식”이라고 했다.

앞서 최 시인은 2017년 12월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괴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한국 문단 내부의 성폭력 실태를 고발했다. 고 시인은 최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2019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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