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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딥페이크’로 왕따…‘죽고 싶다’ 피해자에 개명도 지원”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인터뷰
영상삭제·법률지원 ‘원스톱’은 서울이 처음
“영상 유포시 무조건 빨리 상담해야”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0대의 경우 ‘딥페이크(성인 동영상에 지인 얼굴을 합성하는 것)’가 ‘왕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딥페이크나 온라인 그루밍 등 10대 대상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17일 서울시 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가해자나 피해자가 다 10대 청소년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피해를 받았을 경우 대처 요령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친구 얼굴을 성인 동영상에 합성해 단체카톡방에 유포하고 괴롭히거나, 사춘기 남학생이 범죄라는 인식을 못 한 채 여학생 얼굴을 합성하는 경우가 많다. 김 실장은 “초등학생이나 어린 중학생이 이런 일로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올라간다”며 “기성세대인 교장과 교감 등 교사가 디지털 성범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17일 서울시 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최근 설립한 디지털 성범죄 안심지원센터(지원센터)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공공위탁한 것도 이같은 공적 기능 강화를 위해서다. 김 실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정부 지원체계는 민간단체에만 의존해 공적인 부분이 너무 부족했다”며 “민간단체에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기능을 통합해 원스톱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사업이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처음 상담부터 관련된 법률‧의료 지원은 물론 영상 삭제지원까지 원스톱으로 되는 이런 곳은 과거에 없었다”며 “이게 지원센터가 가진 가장 큰 가치”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에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들은 누구나 ‘죽고 싶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 김 실장은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부모님께 어떻게 이야기하나 싶어서 죽고 싶었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상담사가 ‘네 탓이 아니니까 걱정 말아’라며 경찰서도 같이 가고, 법률 지원도 해주면 ‘죽다 살아났다,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해 개명까지도 상담해준다”며 “다시 태어날 때까지 든든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지만 18%는 남성 피해자”라며 “지원센터는 여성, 남성 구분 없이 지원한다”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성적 목적으로 유인당하고 협박을 받는 경우가 많아 더욱 움츠러들거나 비관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김 실장은 “응급실에 매일 들어가는 의사처럼 현장이 치열하다”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심리치료가 시급하고 원본 영상 소스도 빨리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지원센터는 영상 삭제 지원 업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실장은 “온라인에 동영상이 한번 유포되면 들불처럼 퍼져나간다”며 “경찰청과 협력해 영상 삭제 지원 업무를 비중 있게 가져온 이유”라고 말했다. 상담전화번호가 815-0382(영상 빨리)인 것도 ‘영상을 빨리 보내주면 일찍 해방(815)해주겠다’는 의미다.

그는 “가해자를 빨리 잡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며 무엇보다 일찍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영상 삭제까진 법률적 단계가 있고, 이를 혼자 하라는 건 매우 가혹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 영상심의 등 전 과정을 지원하고 충동적 행위를 막기 위한 심리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다 있는 곳이 지원센터”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청과 협업은 신속한 가해자 처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실장은 “온라인상의 성범죄물은 한번 유포되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른다”며 “경찰청의 불법 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유받아 이런 영상을 추적하고 삭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범죄자도 처벌해야 하니 경찰의 힘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불안감은 온라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김 실장은 “최근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게 스토킹 범죄”라며 “이에 대한 대응과 처벌도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엔 범죄자 처벌법만 만들어졌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지원을 다루는 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피해자 임시 보호를 위한 시설을 강남‧북에 비공개로 각 1개소씩 만들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정도 살 수 있게 하려 한다”며 “인테리어도 따뜻하게 꾸미고, 심리 피해를 줄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초인종이나 CCTV처럼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안심 장비 지원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유수 대학과 업무협약(MOU) 을 맺고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 교육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영상 유출 피해를 보았을 경우 무조건 빨리 상담해달라”고 신신당부한 김 실장은 마지막으로 “성폭력 불안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인프라를 조금씩 더 촘촘하게 갖춰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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