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82일’… 마리우폴 지킨 ‘다윗’ 264명이 돌아온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지키다 부상을 입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16일(현지시간) 버스로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본부는 17일(현지시간) 새벽 성명을 내고 “마리우폴에서의 군사 임무는 이제 종료됐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은 병력은 이제 스스로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침공 첫날부터 이어진 82일간의 항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마리우폴을 사수해온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 해병대, 지역방어군 부대원들은 우크라이나 저항정신의 상징과도 같았다. 소수의 병력과 턱없이 모자란 무기에도 80일 넘게 중과부적의 상황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러시아는 마리우폴에만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엄청난 포탄, 미사일, 탱크와 장갑차를 투입했지만 이들을 완전하게 진압하지 못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마리우폴의 영웅이 나라를 구했다’는 플래카드 등이 수 없이 내걸렸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처럼 골리앗의 대군을 물리친 영웅들이란 것이다.

이들이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잇는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을 사수하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북부에서 러시아군을 패퇴시켰다. 그리고 전열을 정비해 동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의 대공세에 맞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 TV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방송된 연설을 통해 “이제 우리는 마리우폴을 지킨 병사들을 구하려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를 구한 영웅들이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직전 아조우스탈을 지키던 우크라이나군 병력 가운데 264명이 러시아군의 감시하에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제공된 버스를 타고 러시아군 통제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들 중에는 당장 수술이 시급한 중상자 53명도 포함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피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은 일단 치료를 받고 친러 반군이 통제하는 노보아조우스크와 올레니브카에 머물게 된다”면서 “이들이 우크라이나 통제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본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포로교환 방식을 통해 이들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늘부터 대피작전이 시작됐다”면서 나머지 잔존 병력들도 같은 형식으로 생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했다.

현재 몇 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제철소에 남아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날 잔존 대원의 부인들은 “2000명의 남편들 목숨을 구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NYT는 “어떤 협상이 진행됐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모종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군의 항복과 마리우폴 점령을 얻어내고, 우크라이나는 마리우폴의 영웅들을 귀환시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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