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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시즌을 앞두고 만난 국대탑


광동 프릭스 ‘기인’ 김기인과 17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났다.

2018년 김기인이 현 소속팀으로 이적한 이후 매해 오프시즌마다 그를 인터뷰해왔지만, 올해처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로서의 가치관과 각종 플레이 노하우, 광동 입단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등을 한 시간 동안 솔직하게 얘기했다.

-스프링 시즌 종료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종종 다른 게임을 즐겼다. 예전엔 휴가 때도 LoL을 플레이했는데, 요새는 하지 않는다. 솔로 랭크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멘탈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4월 중순에 숙소로 복귀한 이후로는 주로 스크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저가 뚜렷한 스프링 시즌을 보냈다.
“스프링 시즌은 늘 초반에 고전하는 것 같다. 올해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란 수확을 거뒀다. 마냥 나쁘기만 한 시즌은 아니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T1을 만나 패배했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그동안 준비해온 전략을 그대로 활용했는데, 완성도가 부족했다. 팀워크가 좋은 T1 상대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중반부터 전략을 바꿨다고 들었다. 라인전보다 한타의 비중을 높였다고 했다.
“스크림을 하다가 느낀 바가 있었다. 현상금이 붙을 만큼 유리한 상황에서 몇 번 죽으면 그대로 게임이 ‘비벼지는’ 경우가 많더라. 라인전 주도권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타 기여도가 높은 챔피언도 플레이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시즌 후반부엔 한타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을 주로 연습했다.”

-2017년 혜성같이 등장한 이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메타든 잘 적응한다.
“게임을 플레이한 지 오래됐고, 그동안 여러 챔피언을 다뤄 경험이 풍부하게 쌓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메타 적응력은 선수의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메타 적응은 프로게이머라면 당연히 해내야 하는 기본기에 해당한다. 나는 최연성 전 감독님의 영향을 받았다. 최 감독님께선 늘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공수밸런스가 좋은 선수라는 평가도 늘 받는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그런 평가를 받았던 거로 기억한다. 역할에 따른 플레이를 확실히 하고 싶어하는 내 성향과 연관이 있다. 최 감독님께도 영향을 받았다. 엄격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바텀 게임을 할 땐 버텨주고, 탑 게임을 할 땐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습관이 생겼다.”

-김 선수는 언제 전성기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2019년 ‘LoL KeSPA컵’과 2020년 스프링 시즌 초반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 전성기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나는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반대로 게임이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나.
“2019년 서머 시즌에 처음으로 ‘내가 슬럼프에 빠졌구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부시에 들어가는데 긴장된단 느낌을 처음 받아봤다. 그때는 게임이 잘 안 되더라. 데뷔하고 나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강한 라인전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본인이 라인전을 잘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참을 고민한 뒤)…솔직히 잘 모르겠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잘 풀리는 판이 많다. 스스로 이유를 분석해본 적이 없다. 데뷔 초엔 디테일이나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서 플레이했다. 그래서 라인전을 자주 졌다. 당시엔 데이터보다 감각에 의존해서 플레이했다. 2018년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부터 라인전 구도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특히 챔피언 간 대결 구도에 대한 지식이 독보적이다.
“구도라는 건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다. 선수가 혼자서 영상 자료나 직접 플레이를 통해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솔로 랭크나 유튜브 영상을 자주 참고한다. 다른 선수의 플레이나 아이템 트리를 보면서 좋아 보이는 건 따로 연구해보고, 실전에서 써먹는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달라.
“지난 시즌 자주 나왔던 그레이브즈 대 트린다미어 구도를 예로 들겠다. 나는 원래 그레이브즈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간이동 패치가 적용되면서 이론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레이브즈가 귀환 타이밍을 잡은 뒤 순간이동을 이용해 라인 프리징을 하면 아이템 차이가 벌어졌다. 패치 이후로는 그런 플레이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은 이 매치업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유심히 보면서 공부했다.”

-김 선수는 솔로 랭크가 선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
“솔로 랭크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운영 능력을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운영 능력은 대회를 많이 챙겨봐야 기를 수 있다. 올 시즌엔 전승 우승을 한 T1의 경기를 자주 챙겨봤다. ‘이들은 왜 이 타이밍에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거지?’ 의문이 생기면 혼자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국제 대회도 챙겨보는 편인가. 최근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선 가렌이 등장했다.
“가렌이 갱플랭크 상대로 솔로 킬을 따내는 걸 봤다. 그런데 게임은 지더라.(웃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LCK에서 가렌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가렌을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 한 번쯤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직까진 LCK에 가렌을 좋아하는 탑라이너가 없는 걸로 안다.”

-기자는 넓은 챔피언 폭을 가진 김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앗, 아직까진 플레이할 의향이 없다. 군중제어기(CC기)도 없고, 이동기도 없어서….”

-그간 김 선수가 칭찬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빛을 봤다. 최근 주목하는 탑라이너가 있나.
“T1 ‘제우스’ 최우제 선수와 로열 네버 기브업(RNG) ‘빈’ 천 쩌빈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우제는 김 선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나도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탑라이너들은 플레이 스타일이 대체로 비슷할 수밖에 없다. 아주 공격적으로 하든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스타일을 바꾸든가 둘 중 하나다. ‘제우스’ 선수는 팀 성향에 맞추는 플레이를 잘하더라. 앞으로도 잘할 것 같다.”

-예전에 김 선수가 했던 얘기 중 감명 깊게 들었던 게 있다. 리그 최고의 선수가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선도한다고 했다. 당시에는 ‘우지’ 젠 쯔하오의 영향으로 차세대 ‘LoL 프로 리그(LPL)’ 원거리 딜러들도 공격적 성향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최고의 선수는 리그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따라가게 된다. LPL을 보면 ‘더샤이’ 강승록 선수가 워낙 공격적으로 플레이하지 않나. 그래서 후발주자들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LCK에서도 ‘너구리’ 장하권 선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따라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라이엇 게임즈가 대규모 패치를 예고했다. 암살자를 죽이고 탱커를 살리겠단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게임을 해봐야 알겠지만, 패치 노트만 읽어봤을 때는 ‘탱커를 살린다’고 보기에 어폐가 있어 보인다. 흡혈과 관련된 스킬들이 대체로 너프돼 달갑지 않다. 탑라이너 챔피언 중에 흡혈에 의존하는 챔피언들이 많다 보니 새 메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광동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LCK 스프링 결승전이다. 게임에서 진 뒤 ‘투신’ (박)종익이 형과 ‘쿠로’ (이)서행이 형이 펑펑 울더라. 평소에 그들에게서 못 봤던 모습이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그때 간절하지 않았는지 눈물이 나진 않더라.(웃음)”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놓쳤던 순간이다. 팀원들 모두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아쉬운 결과를 거뒀다. 예선에서 중국을 두 번 이긴 상황이었다. 결승에서도 우리가 조금이나마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결승전에서 지니 심적으로 크게 힘들더라.”

-그렇다면 최근 게임이 가장 재밌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최근에는 경기장에서 팬분들을 만났을 때가 가장 기분 좋고 재밌었다. 연습은 힘들 때가 있지만 대회를 치르는 건 늘 재미있다. 나는 무관중보다 유관중 경기를 더 선호한다. 현장을 찾아주시는 팬분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면.
“서머 시즌 개막 전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 초반에 기분 좋게 연승을 이어나가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게임이 대격변 패치를 앞두고 있다. 메타 적응을 빠르게 하는 팀이 앞서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 올해 목표는 좋은 성적을 거둬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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