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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르엘… 수주 경쟁서 빛난 ‘하이엔드 아파트’ 늘어난다

조합-건설사 ‘이름값 싸움’ 유발하기도

서울 청와대 상공에서 바라본 마포와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단지의 이름, 브랜드는 해당 아파트의 가치를 크게 좌우한다. 2000년대 초반에 ‘포레스트’ ‘리버빌’ 같은 펫네임(개별 단지의 별칭)을 붙이기 시작한 건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리적 장점 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건설사들은 최근 여기에 ‘디에이치’나 ‘써밋’ ‘아크로’ ‘르엘’ 등을 덧붙이고 있다. 자신들의 회사에서 짓는 다른 아파트와 완전히 차별화된 설계, 완성도를 제공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걸 외치는 이름이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이엔드 브랜드의 쓰임새는 커지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라 특화설계와 고급 마감재 사용 여부를 결정짓는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을 수주할 때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활황과 규제 강화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무기가 더 빛을 발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목소리가 세지자 이미 검증된 아파트 브랜드를 갖고 있거나 하이엔드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에 5개나 되는 아파트 브랜드를 새로 출원했다. ‘드파인(deFINE)’ ‘라테오(Lateo)’ ‘에피토(Epito)’ ‘아펠루나(Apelluna)’ ‘제뉴(Genue)’ 등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5개 브랜드를 포함해 여러 공동주택 브랜드를 후보로 올려 하반기에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새 공동주택 브랜드를 하이엔드 용도로 할지, ‘SK뷰’ 브랜드의 새단장 용도로 쓸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와 조합은 정비사업 과정에서는 단지 고급화를 놓고 자주 마찰을 빚는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현장 모습. 연합뉴스

포스코건설도 내부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의 출시를 들여다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3월 노량진 3구역 정비사업을 수주할 때 기존 브랜드인 ‘더샵’을 빼고 대신 ‘포스코 더 하이스트’라는 이름을 조합에 제안했다. 당시 포스코건설이 새로운 브랜드를 고민 중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더 하이스트는 단지의 고유한 특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최고의 가치 품격의 의미로 제안했으며, 향후 논의를 통한 변경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의 시기나 필요성 등을 다각도로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뜨거워져서다.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양날의 칼’이다. 도입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언제, 어디에 적용할지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만 적용한다거나 적정 분양가를 넘겼을 때만 적용한다는 등 가이드라인이 있을 텐데 고민이 매우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지 않는 단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 자잿값 인상 등으로 수주 여건이 급변하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결정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와 펫네임을 적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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