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가결에 대해 “당이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21일 오후 인천 유세 중 국민일보와 가진 동승 인터뷰에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민주당이) 해야 할 결정을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경찰의 ‘성남FC 후원 의혹’이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에 대해 “명백하고 확실한 정치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며 “장담컨데,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계양구민과 국민을 향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한 아침인사를 시작으로 하루종일 인천 전역과 서울, 경기 성남시를 누비며 광폭 유세를 펼쳤다.

아침인사에 이어 계양 주민과의 ‘정치 버스킹’ 및 계양구 체육회 임원진 인사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인천 최대 번화가인 남동구 구월동 집중유세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서울 강남구 합동유세 등에 참석하는 등 이날 하루에만 10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곳곳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2030세대 여성 지지자가 모여들었다.

이는 여성층의 지지세가 아쉬웠던 지난 대선전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풍경이었다. 이들은 이 후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환호성을 지르고, 이 후보 이름을 연호하면서 유세장 분위기를 띄웠다.


다음은 차내에서 가진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민주당이 한 총리 임명동의안 가결에 협조했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 당선된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며 일을 잘해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첫 출발이라는 점을 (인사 평가의) 저울추에 추가해주자는 말씀을 드렸다.”

-지지층은 아쉬워할 수도 있는데.
“원내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했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지지층 일부는 왜 해줬느냐, 철저하게 막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생각도 일리가 있지만, 정치라는 것은 언제나 선택과 결단이 아닌가 싶다. 현재 국면에서는 당의 결정이 합리적으로 잘 됐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해야 할 결정을 했다고 판단된다.”

-민주당이 먼저 협치 시그널을 던졌는데, 윤석열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정치는 원래 협치라야 한다. 독선과 아집으로,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상대를 말살시키려 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국민 보시기에 이게 정치를 하는 것인지, 전쟁을 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품격 있는 합리적 경쟁을 하자고 하고 싶다.

민주당도 강하고 합리적인 정당으로서 선은 분명하게 지키되, 서로 존중하고 협치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물론 상대가 협치할 자세가 영 없다고 결론이 나면 싸울 수밖에 없겠지만, 저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윤석열정부도 거대 야당을 실제로 맞닥뜨리고 있으니 일방적으로 부딪히거나 독선적 행정으로 갈등이 격화되는 일은 피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


-계양을 후보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1인 2역을 감당하고 있는데 어떤가.
“너무 힘들다. 신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다. 많은 사람이 ‘새 정부 출범 후 20여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라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고, 결국은 상처를 입을 것이니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라’고 했다.

저도 이런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만 살겠다고 뒤로 빠지는 것은 비겁한 행위다. 저는 인생이나 정치를 그렇게 해오지 않았다. 위험하지만 정면돌파하고, 책임을 지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역시나 어렵다는 것이다. 계양을 선거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 인천시장 선거도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 전국 상황도 어렵다 보니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데 다 버릴 수도, 다 감당하기도 어렵다.

또 1인 2역을 균형 있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자칫하면 자기 선거만 챙긴다고 오해를 살 수 있고, 반대로 계양을 선거에 집중하지 않고 자만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이 후보를 둘러싼 경찰의 수사나 검찰 인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대장동 수사는 저와 아무 관계 없는 것이다. 1년 가까이 털었는데 아무것도 없지 않나. 성남FC를 놓고 압수수색 하고 있는데, 경찰이 옛날 검찰이 하던 악습 행태를 똑같이 하고 있다.

성남FC는 제가 후원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것을 마치 제가 후원을 받은 것처럼 국민의힘이 고발했다. 3년 7개월을 탈탈 털었는데, 정상적인 광고 수주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던 것이다.

그런데 재수사를 하면서 이번에는 선거 때 두 번씩이나 압수수색을 했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쇼’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장담하건대, 저는 거기서 부정한 행위를 한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헛수고라고 말씀드린다.

이미 수년간 탈탈 털어도 (잘못이) 없는 것을 음해하려는 것은 정치탄압이 명백하고, 정치보복이 확실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인사를 보면 검찰공화국 조짐이 느껴지나.
“(오히려) 경찰공화국이 열린 것 같다.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검찰과 경찰이 기소권을 갖고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인을 탄압하려 하나. 그건 후진국에서 하던 짓이다.

과거 대한민국에서도 한때 사법살인을 저질렀는데, 불행하게도 지금 수사권과 기소권을 악용하는 정치검찰, 정치경찰의 행태가 다시 부활한다는 느낌이 든다.”

-지방선거 이후 당권 도전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아직은 선거에 집중할 때다. 당의 향후 진로나 당권의 향배는 지방선거 후 다시 당원 또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일반론적으로 현재의 집권 세력과 미래에 집권을 꿈꾸는 세력 사이에 불가피하게 경쟁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경쟁하되, 협력하는 관계가 맞다.”

-국민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과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분들이 투표하면 반드시 이긴다.”


이날 국민일보가 동행한 유세 현장은 가는 곳마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개딸’로 불리는 2030 여성 지지층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계양산성 앞 박물관 앞에서 진행한 ‘즉문즉답 정치 버스킹’에는 참석자 3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청년 여성이었다. 이들은 연신 ‘귀엽다’ ‘재명아빠 사랑해요’ 등을 외쳤다.

이 후보도 개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한 20대 여성 지지자가 계양산 솔밭길에서 이 후보에게 “아버지,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묻자 이 후보는 “아까 체육대회 일정에서 고기를 많이 주워 먹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후보를 보기 위해 주말을 기꺼이 반납하고 타 지역에서 온 지지자도 상당했다.

계양산 솔밭길에서 만난 직장인 백모(36·여)씨는 “이 후보 일정을 처음부터 따라잡기 위해 어제 퇴근하자마자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청룡정에서 만난 직장인 박장미(29·여)씨도 “아침 일찍 의정부에서 출발해 왔다”면서 “이 후보를 지지하고,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인천=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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