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장관 사무에 ‘치안’ 부활 검토… 경찰 통제?

32년 전 장관 사무서 치안 삭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서 개정 논의
“권력의 시녀, 만들겠다는 것” 비판도

이상민(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김창룡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행정안전부가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것에 대비해 행안부를 통한 견제 장치를 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관의 직접 개입으로 경찰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열린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방안이 거론됐다. 이상민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경찰개혁 방안 마련을 강조하면서 해당 위원회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 사무 추가는) 향후 자문위와 함께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위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면 이를 토대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자문위 관계자들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문위 핵심 관계자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 정부 초기이다 보니 정부조직법 개정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며 “입법 사항을 포함해 장단기 방안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행안부의 치안 사무 추가를 포함한 여러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관 사무에 ‘치안’ 돌아오나

검토 방안대로 정부조직법 개정이 이뤄지면 32년 만에 장관 업무에 치안이 부활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전신인 내무부 시절 장관 사무에는 지방행정, 선거, 민방위 등과 함께 치안이 명시됐다. 이후 1990년 12월 내무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됐고, 1991년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경찰청은 외청으로 독립했다. 대신 내무부 소속으로 경찰위원회를 설치해 경찰 행정을 심의·의결토록 했다.

이는 내무부 장관을 통한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개혁 조치의 일환이었다. 1960~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경찰은 정부·여당의 요구에 따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억압하는 데 동원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청이 지난 1995년 펴낸 ‘경찰오십년사’에도 정치적 변혁기마다 경찰 개혁이 언급된 이유에 대해 “처음부터 독립성·중립성의 결여로 인해 경찰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다시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에 직접 개입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초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수완박…상황이 변했다”

행안부와 자문위는 수사권이 확대된 상황에 맞는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문위 핵심 관계자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이미 30년 전부터 경찰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사권이 경찰에 대부분 넘어가면서 상황 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 게 아니라 법률적으로 없던 권한이 새로 생겨났다”며 “변화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한이 확대된 만큼 보다 확실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재의 국가경찰위원회가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수완박에 대한 대응 성격도 띄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경찰 개혁의 방안으로 지난해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의 분리, 국가수사본부 창설이 있었지만 검수완박으로 수사권이 더 이양되니 그 연장선상에서 계속해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민 신임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의해 특히 경찰의 수사 부분에 대해서는 통제·견제 기능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장관으로서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권력의 시녀로 만들건가” 반발

하지만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 시도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 수 있다. 경찰 개혁 논의에 오래 참여한 한 법조인은 “장관 사무로 경찰을 통제한다는 건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행안부가 법적으로 치안 사무를 관장하게 되면 정치인 출신 장관이 경찰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 등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8월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 박정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퇴임과 함께 발간한 국가경찰위원회 백서를 통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치안사무에 대한 권한을 명시하는 것은 1991년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국민일보에 “논문을 통해 밝힌 견해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도 “올바른 개혁의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는 “경찰 통제의 핵심은 정치적 압력이나 권력의 요구를 끊어내는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에 행안부 장관의 개입을 명문화하면 결국 정치 개입 논란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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