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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심리상담사 자격증, 3주 만에 187명이 낚였다[이슈&탐사]

[상담시장 X파일] <2화>박장군의 심리상담소

이슈&탐사팀 박장군 기자가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리상담을 요청해 온 내담자와 통화하고 있다. 취재팀은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 가까이 심리상담 시장에 잠입해 전문가 행세를 하며 위장취재를 했다. 이한형 기자


‘박장군의 심리상담서비스입니다.’ 이 한 줄 소개를 단 지 4시간 만에 30대 회사원이 도움을 요청해 왔다. 그는 “회사 사람들 외엔 만나지 않아 외로운 기분이 든다”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와 달라고 했다. 얼마 뒤 다른 30대 청년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도움을 청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자격증도 없는 ‘가짜 심리상담사’를 전문가로만 믿고 손을 내밀었다. 그들에겐 잘못이 없었다. 누가 자신을 전문가라 하니 절박한 그들은 그저 믿었을 뿐이었다.

취재팀은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 가까이 심리상담 시장에 잠입해 전문가 행세를 하며 위장 취재를 했다. 각 분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리상담사로 활동했다. 이 플랫폼은 누구나 ‘고수’를 자처할 수 있었다. 사업자등록증과 자격증 등을 인증할 때마다 등급이 높아졌지만 인증 없이도 전문가 행세는 가능했다. 최근 급증한 심리상담 수요는 이곳으로도 몰리고 있었다. 직접 상담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 등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문턱이 낮은 만큼 누구나 전문가인 척할 수 있었고, 누구라도 엉터리 심리상담에 당할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엉터리 상담소에

연일 SOS가 이어졌다. 성도착증, 자살충동, 조울증, 피해망상, 게임중독, 마약중독, 불면증, 우울증으로 인한 과호흡 …. 듣기만 해도 심각했다. 비전문가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함부로 손대서도 안 됐다. 초반엔 자격증 소지자라는 이력도 밝히지 않았다. A업체에서 9만원에 거저 사다시피 한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아직 받지 못한 때였다(“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 자격증을 올리기 전까지 1주일 사이에만 도움을 구해온 사람이 22명이다. 자격증을 인증하자 상담 요청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9일 오전까지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모두 187명이었다.


30대와 20대가 각각 56명, 55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40대가 36명, 10대도 25명이나 됐다. 증세로는 우울증이 68명으로 가장 많았다. 병원 진단을 받거나 한 중증 환자도 9명이 포함돼 있었다. 스트레스를 비롯한 불안 32명, 가족·연인 같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14명, 성·알코올·게임·마약 등에 빠진 중독 13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취재팀은 수차례 내부 회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상담윤리, 취재윤리를 훼손하지 않는 접근 방식을 고민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상대로 취재 목적만 달성하겠다며 엉터리 상담을 할 수는 없었다. 상담 요청을 해오는 이들과 연락이 닿으면 가장 먼저 취재 중인 사실과 보도 목적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후 등장하는 모든 내담자 이름은 가명이다. 또 한국상담학회 협조를 얻어 내담자 본인이 원하는 경우 실력이 검증된 전문가들에게 연결해 적절한 상담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엉터리 자격에 낚인 조울증 20대

여러 증상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1년차 회사원 박현수(28)씨도 그중 하나다. 박씨는 6년 전 병원에서 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약물치료 중이다.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는 조증에서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우울증으로 뒤집힐 때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한다. 시도한 적은 없지만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날이 많다. 회사는 모른다. 이런 사정을 상사나 동료에게 털어놓을 순 없었다.


“우울증이 오면 동료들한테 들키지 않고 피해도 안 주려고 저 자신을 괴롭히게 돼요. (맡은 일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내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너무 힘들고 업무 성과도 떨어지죠.” 그는 기자와 통화하는 중에도 감정 기복을 보였다. 차분했던 목소리가 어떤 대목에서 갑자기 고조될 때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기자는 조마조마했다.

양극성장애로 불리는 조울증은 우울증보다도 괴로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2019년 출간한 ‘양극성장애’에서 조울증 환자의 50%가 평생 적어도 한 번은 자살을 기도하고 그중 15%가 생을 마감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보다 25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보고서에선 국내 조울증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 대비 4.4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박씨는 대학이나 직장에 설치된 심리상담센터도 찾아봤지만 딱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 무료 상담이었지만 힘든 마음을 토로해도 개운치 않았다고 한다. 상담사가 회사원이나 다름없어서인지 열의를 갖고 상대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학교나 회사에 소문이라도 날까 봐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전문 임상심리사를 찾아가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보통 시간당 10만원이었다. 적어도 한 달간은 심리치료를 받아보고 싶은데 이 금액은 사회초년생에게 너무 큰 돈이었다. 그러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가 금세 엉터리에게 낚이고 말았다. 그는 정확한 상담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무자격 심리상담사를 만나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는 기자가 전화를 걸어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자격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당 2만원이라는 헐값 견적이 의아하긴 했지만 자격증이 엉터리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자격증 장사가 성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상담받을수록 불신만 커졌다

기자가 심리상담 전문가로 위장해 활동하며 설정한 프로필. 흔한 리뷰나 이용 실적 하나 없었지만, 3주간 187명이 심리상담을 요청해 왔다. 모 온라인 플랫폼 화면 캡처

게임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도움을 청한 사람은 두 아이의 아빠 이재민(42)씨였다. 이씨는 길게는 하루 10시간씩 게임에 빠져 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한다. 오전 3~4시에야 잠자리에 들고 7시쯤 일어나 다시 출근한다. 이런 식의 삶을 10년째 반복 중인 그는 중증 게임중독자였다.

이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잊으려고 게임에 몰두한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게임에 집착적으로 빠져든다고 한다. 회사와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를 가상세계로 내모는 것 같았다. 일종의 현실도피다. 그는 직장생활에 상당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살아가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는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싶어요. 그렇다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할 용기는 없고. 그저 양떼처럼 이끌려가는 거죠.”

게임중독은 누구보다도 아내와의 갈등을 키웠다. 화를 이기지 못한 아내가 컴퓨터를 부수고 전원 코드를 끊어버린 적까지 있었다. 이씨는 아내에게 서운하다고 했다. 그는 “‘애들이 너 닮아 게임만 한다’고 몰아세우는 아내와 ‘아빠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돼’라고 말하는 자식들을 보면 제 삶이 제대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직장 스트레스가 게임중독을 부추기고, 게임중독이 가족과의 다툼을 부르고, 그 스트레스에 다시 게임에 빠지는 악순환.

이씨도 자신을 내버려 두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악순환의 질긴 고리를 끊어보려고 5차례나 심리상담을 받았다. 기자를 만난 플랫폼에서만 3차례 자칭 심리상담사를 만났다. 상담을 거듭할수록 상담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한다. 그들은 6만~7만원씩 받아가면서도 코로나19 핑계를 대며 처음부터 비대면 상담을 하려 했다. 상담도 단순히 얘기를 들어주는 수준에 그쳤다. 이씨는 “정서적 교감이랄까 그런 건 전혀 못 느꼈다”며 “동네 형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영양가 없던’ 상담사 대부분이 기자처럼 민간자격증을 가진 이들이었다.

“(누가) 기자님을 엉터리라고 할 수는 없겠죠. 자격증이 일단 있으니까요. 정부가 허술하게 발급할 수 있게 한 거죠. 우리나라 자살률도 높고 심리상담이라는 게 당사자한테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데 정부가 신경을 안 쓴다는 게 어이가 없죠. 제대로 관리할 게 아니면 아예 심리상담사라는 자격증이 존재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엄마 몰래 상담 요청한 여학생도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호소한 10대 소녀가 보내온 심리상담 요청서. 그의 프로필 사진 속엔 교복 차림의 한 학생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모 온라인 플랫폼 화면 캡처

“우울증, 무기력증이 있어요. 감정에 제대로 공감을 못하겠어요.” 한 10대 소녀가 심리상담을 요청해 왔다. 프로필 사진은 어둠 속에서 교복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학생을 그린 장면이었다. 그의 마음 상태를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전화를 걸자 성인 여성이 받았다. 소녀의 어머니인 듯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그가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멀어진 수화기 너머에서 “심리상담 요청한 데 있어?”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앳된 목소리의 소녀가 힘없이 대답했다.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여성은 “문의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정신의학과에 요청해 치료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다. 내 자식이 나 같은 자격의 심리상담사를 만난다고 했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한 30대 여성은 낮은 자존감과 불안, 조울감, 트라우마,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며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심리상담이란 걸 받아보려던 참이었다.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한 그는 전화를 끊기 전 “혹시 그러면 이렇게 엉터리 심리상담사가 많다고 하면 올바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쉽게 딸 수 있는 민간자격증 소지자가 많은 실정을 설명한 뒤 자격증만 보지 말고 수련과 상담 경험이 많은 분을 고르시라고 귀띔했다. 2시간여 뒤 그는 프로필명을 바꾸고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그의 정보를 클릭하자 ‘활동하지 않는 고객’이라는 안내가 떴다.

삼성 공채가 상담이랑 뭔 상관

심리상담사로 등록한 이들 중 기자만 엉터리가 아니었다. 무자격자나 자격 미달자로 의심되는 사례가 쉽게 눈에 띄었다. 역시 다수가 민간자격업체에서 받은 자격증이나 수료증을 내걸었다. 발급기관명은 죄다 ‘한국’으로 시작해 ‘협회’나 ‘진흥원’으로 끝났지만 어느 곳도 정부 공인 기관이 아니다. 이름만 흉내낸 사설업체에 불과하다.

기자가 전문가로 위장해 활동한 온라인 플랫폼에는 심리상담사를 자처하면서 ‘삼성 공채 출신’처럼 상담과 무관한 이력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모 온라인 플랫폼 화면 캡처

개중에는 ‘삼성 공채 출신’처럼 엉뚱한 이력을 늘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잘난 건 알겠는데 대기업 입사 경력이 상담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는 기독교인 고객을 타깃으로 삼은 건지 ‘교회 부부학교’ 수료 사실을 앞세우기도 했다. 목회자 아내인 한 전문상담사는 이 이력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심리상담사(자칭)는 모 학회가 인증한 상담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소개하며 “128시간의 임상 실습으로 타학회에 비해 높은 자격 규정을 가지고 있는 인준된 자격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28시간은 수련이라고 부르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임상심리사와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2급 자격 등을 보유한 전문상담사는 “하루 8시간씩 한다고 할 때 128시간이면 16일밖에 안 된다”며 “학회가 엄청 많은데 다 형편없다고 하긴 어렵지만 수련은 얼마나, 그리고 누구에게 받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128시간 수련 경험을 강조한 상담사는 “(상담을) 카페에서 할 경우 상담가의 음료는 내담자분이 부담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자격인 임상심리사나 청소년상담사, 국내에서 상담 분야 공신력을 인정받는 한국상담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자격을 보유한 사람도 물론 있었다.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들과 엉터리 자격자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짜 전문가가 워낙 많은 탓에 진짜 전문가는 그 속에 묻혀 잘 드러나지도 않았다.

사이비 상담사에게 당했습니다

23일 ‘심리상담 X파일’ 1화 보도 직후 한 독자는 마침 취재팀이 전문 심리상담사인 척 활동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피해를 당했다며 이런 실태를 살펴봐달라고 요청해왔다. 경기 고양에 산다는 40대 여성 K씨는 “얼마 전 엉터리 사이비 상담사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실망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한국사회가 사기공화국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심리상담 분야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그가 한 달 전 온라인 플랫폼에서 심리상담사를 찾게 된 이유는 역시 비용이었다. 일반 상담센터 기본 상담료는 50분에 10만원이 넘었다. 온라인에서 상담사를 찾아 시간당 4만원을 내고 몇 차례 상담을 받았다. 이씨 성을 가진 상담사는 “원래는 10만원인데 4만원으로 할인해주는 것”이라며 전화로 비대면 상담을 했다. 엉터리들의 패턴이다.

K씨는 “나중에 보니 (국민일보) 기사에 나오는 그런 엉터리 자격증으로 쉽게 돈을 버는 사이비였다”고 말했다. 그 ‘사이비’는 K씨가 더 이상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화를 내며 “내 말을 안 들어서 불행해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K씨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이런 자신이 무자격자에게 상담을 받은 사실이 수치럽다고 그는 말했다. 심리학 전공자도 당한다면 비전공자들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상담사 이씨는 뻔뻔하기까지 했다. K씨에게 “난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집에서 아주 알차게 돈을 벌고 있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 온라인 플랫폼 외에도 비슷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사실을 자랑거리로 떠벌렸다. “나한테 돈 내고 코칭을 받아서 어플에서 상담하며 돈을 벌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K씨는 이씨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고수로 등록해봤다. 정말 아무 자격 없이 심리상담사로 등록하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계정을 삭제하고 업체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우리는 상담사 자격증까지 검증하지는 않으니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은 사이비 상담사나, 이들이 즐겨 활동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언의 결탁에 피해를 보는 건 가뜩이나 괴로운 소비자였다.

K씨는 “심적 고통으로 취약성을 안은 채 절실한 마음으로 상담사를 찾지만 되려 사이비 상담사들이 벼랑 끝에 있는 사람을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음의 골든타임 뺏는 엉터리 상담

엉터리 상담의 피해는 내담자가 전부 떠안는다. 돈은 돈대로 쓰고 마음은 마음대로 다치는 꼴이다. 심리상담을 돈벌이로 삼는 이들은 잃을 게 없다. 한 번 상담으로 나아진 게 없다고 하면 두 번, 세 번 권하고 돈을 더 받아가면 된다. 그러고도 효과가 없으면 “내 능력 밖”이라며 발뺌하거나 “당신 탓”이라고 상처를 준다. 이런 경험을 할수록 상담을 불신하고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 부실 상담이 잘못도 없는 내담자를 ‘마음의 골방’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조수연 호시담심리상담센터 대표는 “잘못된 상담 경험을 한 사람은 상담이라는 선택지를 영영 지워버림으로써 심리치료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잘못된 진단을 내리고 (내담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것도 엉터리 상담의 피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자는 진단하지 않는다. 진단은 정신과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심리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병이 때를 놓치면 더 큰 병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막을 수 있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조 대표는 “심리적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명적인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게 목숨일 수 있고, 관계일 수도 있고, 직업이나 건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이혼할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갔는데 이상한 전문가 만나서 ‘이혼해’라고 잘못 알려줬어요. 그럼 가정이 깨지는 거예요. 회사생활이 너무 힘든 사람한테 ‘견뎌’ 이랬다가 더 큰 트라우마를 당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상담을 아무한테나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당신의 치유를 기도하며

“그런 것들이 제일 염려죠.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이 좋은 서비스(심리상담)를 활용할 기회가 인생에서 제외되는 거. 그리고 잘못된 정보로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그냥 끝나버릴까 봐 말이죠.”

출처=픽사베이

조 대표의 이런 우려는 이슈&탐사팀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내담자들에게 검증된 전문가를 연결해주려 한 이유이기도 하다. 취재팀은 내담자 중 증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이들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제안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맡겼다. 상담은 당사자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했다.

조울증을 앓는 회사원 박씨가 상담치료에 응했다. 상담을 맡아줄 기관은 한국상담학회가 수소문했다. 상담 횟수는 기관과 학회가 회의를 열어 15회로 정했다. 증세로 보건대 몇 번 상담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엉터리 상담사들은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겠다며 ‘위험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학회가 10회분, 기관이 5회분 비용을 부담한다. 박씨는 현재 자택 인근 심리상담센터에서 막 치료를 시작했다.

우리만 몰랐던 ‘상담시장 X파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자가 딴 수준의 심리상담사 자격은 선처를 원하는 성범죄 피의자들을 전문으로 상담해주는 데에도 쓰이고 있었다. 말이 상담이지 면죄부 장사였다. 다음 화에서 그들을 발가벗긴다.

이슈&탐사팀 강창욱 이동환 정진영 박장군 기자 issue@kmib.co.kr


※‘우리만 몰랐던 상담시장 X파일’ 시리즈는 국민일보 홈페이지 이슈&탐사 코너(www.kmib.co.kr/issue)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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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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