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유럽 동성애 파티서 퍼진듯” 분석

1996∼1997년 아프리카 콩고의 원숭이두창 환자.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고위급 관계자가 원숭이두창 확산이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파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WHO는 최근 원숭이두창이 유럽과 미주 등으로 확산 추세인 점에 대해서는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데이비드 헤이만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23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이 감염자의 병변에 밀접 접촉했을 때 퍼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숭이두창의 감염 확산은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대규모 파티에서 비롯됐다는 게 현재 유력한 가설이라고 했다. 당시 파티에서 이뤄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간 성관계로 퍼졌다는 것이다. 원숭이두창은 이전에는 아프리카 밖으로 널리 퍼진 적이 없다.

헤이만 교수는 “감염된 사람이 생식기나 손 등에 병변을 일으킨 뒤 성적 접촉 등 물리적으로 밀접 접촉이 있을 때 퍼뜨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행사가 열려서 미국과 유럽 국가로 퍼지는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백신이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마드리드 고위 보건 담당자는 이날 지금까지 원숭이두창 감염이 30건 이상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최근 카나리아제도에서 약 8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게이 퍼레이드와 마드리드 사우나 사례 간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원숭이두창 감염이 37건 추가 확인되면서 57건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원숭이두창 확산을 초래한 원인이 성관계 자체인지 아니면 성관계와 관련된 밀접 접촉 때문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피리얼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자인 마이크 스키너는 성행위는 본질적으로 친밀한 접촉을 수반하기 때문에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전염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성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병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 사이에서 원숭이두창이 발병한 사례를 들어 이를 ‘동성애 질병’이라고 지목하는 시각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WHO는 원숭이두창 전파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WHO SNS를 통한 실시간 질의응답에서 “유럽과 북미 등에서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으나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밴커코브 팀장은 원숭이두창이 밀접 신체 접촉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전파되고 있어 코로나19와는 다른 바이러스라면서 확진자 대부분은 증상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의 변이 가능성도 작게 본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의 로자먼드 루이스 천연두 사무국장은 “변이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면서 유사종인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류의 경우 변이하지 않고 매우 안정된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WHO 통계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호주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영국 미국 등 12개국에서 92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보고됐으며 의심 사례는 28건으로 파악됐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 천연두와 유사한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특별한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으로 85%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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