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 “‘광의의 웰다잉’ 법제화 필요”

76% 안락사 및 의사조력 자살 입법화 찬성…생명가치 훼손 등 우려

85% “독거노인 공동 부양, 장기 기증 등 포함 광의의 웰다잉이 대안”

국민일보DB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지금의 웰다잉 보다 확장된 ‘광의(廣義)의 웰다잉’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76%는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를 찬성했다.
하지만 안락사나 의사 조력 자살은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자기결정권 침해, 오·남용 위험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국민 85%는 광의의 웰다잉 제도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광의의 웰다잉은 협의(俠義)의 웰다잉(현재의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을 넘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 확대와 함께 독거 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2021년 3~4월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 조사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안락사는 회복 가망이 없는 중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숨지게 하는 의료행위로 일부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다.

조사 결과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찬성 비율이 76.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찬성의 이유로는 남은 삶 무의미(30.8%),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인권보호에 위배되지 않음(3.1%) 등이 있었다.

반대 이유로는 생명 존중(44.4%)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뒤를 이었다.

윤 교수팀은 2008년과 2016년에도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약 50%의 국민들이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해 찬성한 데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약 1.5배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하지만 안락사 도입을 논의하기에 앞서 환자들이 ‘안락사를 원하게 되는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락사를 원하는 상황은 크게 신체적 고통, 정신적 우울감, 사회·경제적 부담, 남아있는 삶의 무의미함으로 나눠진다.
이런 분류는 안락사의 입법화 논의 이전에 환자의 신체·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 혹은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5.9%는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광의의 웰다잉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약 85.3%가 동의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및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마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남은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하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정한 생명 존중의 의미로 안락사가 논의되려면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존재적 고통의 해소’라는 선행조건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웰다잉 문화 조성 및 제도화를 위한 기금과 재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환경연구 보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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