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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반응했죠”… ‘쉬는 날’이던 소방관, 참사 막았다 [아살세]


자칫 큰불로 번질 수 있었던 화재 사고가 휴무 중이던 소방관의 신속한 대응으로 조기 진화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지난 18일 늦은 밤, 광주 북구 매곡동의 한 4층 상가 내부 1층 벽에서 불길이 일었습니다. 화재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렸고, 곳곳에서 “불이야”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놀란 시민들은 황급히 상가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침착하게 상가 안팎을 둘러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휴무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있던 전남 담양소방서 소속 이도일(29) 소방사였습니다.

이 소방사는 ‘혹시 경보기 수신기가 잘못 작동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상가를 둘러봤습니다. 그는 이내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찬찬히 살펴보니 한방병원과 스터디카페 등이 입주한 2층 창문 틈 사이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소방사는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통해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한방병원 입원 환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을 대피시켰습니다.

이도일 전남 담양소방서 소방사. 뉴시스

곧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 소방사는 소화기로는 더 이상 불을 제압할 수 없다는 생각에 건물 내 소화전을 찾았습니다. 그는 함께 있던 아내에게 소화전 용수 공급 밸브를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곧 호스를 손에 쥔 채 2층과 3층을 오가며 불을 껐습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곧 인근 소방서에서 소방사들이 도착해 진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 소방사가 재빠르게 초기 진화 작업에 나선 덕분에 불은 더 번지지 않았습니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1~3층 실내 일부만 태운 채 불은 꺼졌습니다. 한방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환자를 비롯해 20여명은 무사히 대피했고, 인명 피해도 없었습니다.

이 소방사는 “평소 학습과 훈련 덕택에 불길을 보고도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던 것 같다”며 “소방 공무원으로서 성실히 일하고 봉사하기 위해 더욱 부지런히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또 소방사답게 “화재 당시 소화기를 들고 뛰어간 한 남성이 불길 앞에서 사용법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소화기·옥내소화전만 제때 활용해도 불길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소화기와 소화전 사용법을 평소에 잘 숙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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