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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평행이론…10년 전 총기 참사와 똑같다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살인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마약 중독자 어머니 아래서 자란 왕따였다. 어렸을 땐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점차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옷차림이 좋지 않았고,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공격 성향이 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교내에서 폭력 문제가 잦았고, 어머니에게 매우 심한 욕설도 했다.

그는 10년 전인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6명을 살해한 애덤 랜자(당시 20세)와 놀랍게 닮았다. 랜자는 핵전쟁 등으로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 믿는 종말론자이자 총기 애호가 어머니를 뒀다. 그 역시 초등학생 시절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친구들은 랜자가 라이터로 자기 팔과 발목을 지지는 등 자해를 했다고 증언했었다. 라모스 역시 자신의 얼굴을 칼로 자해하고, 장난감 BB 총으로 사람들을 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라모스와 랜자의 지인들은 이들이 총기 게임 ‘콜 오브 듀티’에 심취했다고 말했다.


라모스와 랜자는 가정 내 보호 결핍과 정신건강 문제를 앓았다. 하지만 둘 다 손쉽게 총기에 접근할 수 있었다. 랜자는 총기에 집착했던 어머니 탓에 사격 훈련까지 받았다. 라모스는 이달 초 텍사스 주법상 총기 구매 최소 나이인 18세 생일을 맞아 합법적으로 총을 샀다.

랜자는 범행 전 침대에 누워 있던 어머니 낸시의 얼굴에 총격 4발을 가해 살해했다. 라모스는 할머니를 쐈다. 라모스와 랜자가 대량 학살에 사용한 무기는 ‘AR-15’ 반자동 소총이다. 군용 소총인 M16의 민간용 버전이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주요 총기 난사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무기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 참사의 해법을 제시하는 논의도 똑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총기규제 강화를, 공화당과 총기 단체들은 정신이상 범죄자의 문제라며 학교 보안 강화 이슈로 전환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 금지, 탄창 10발 이하 제한, 철갑탄 추방 등의 총기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또 정신건강 치료를 강화하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반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총기규제는 책임감 있는 시민과 그들의 권리를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범죄자와 정신이상자가 저지르는 비극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다”고 맞섰다.

미국총기협회(NRA)는 “총 가진 악당들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며 오히려 총기 확대를 주장했다. 모든 미국 학교에 무장경비를 의무화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현실은 공화당과 총기 업체가 주장한 대로 바뀌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총기규제법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상식적인 총기 규제는 모든 비극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총기 규제가 수정헌법 2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또 “18세가 상점에 들어가 전쟁용으로 설계되고 살상용으로 판매되는 무기를 살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잘못됐다”며 “일어난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도대체 언제 할지에 대해 우리는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모스는 정신병력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할머니와 아이들을 쏘는 사람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며 “유밸디 지역은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충분한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총격범들은 법을 따르지 않는다. 차라리 시민이 무장하고 훈련을 받아 이런 일이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내에 더 많은 무장 경관들을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기 참사의 진상도 드러났다. 크리스 올리바레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대변인은 “모든 희생자가 롭 초등학교 4학년의 한 교실에서 나왔다”며 “많은 아이가 도망갈 곳 없이 그 안에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초등학생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17명으로 집계됐다.

라모스는 범행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범행을 예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범행 30분 전 “할머니를 쏠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할머니를 쐈다”는 글을 올렸다. 학교 도착 전에는 “초등학교에서 쏠 것”이라고 글을 썼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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