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게 꿈” 눈물의 삭발식

전국장애부모연대, 24시간 지원체계 촉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부모연대(부모연대) 회원들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발달장애인 가족을 추모하고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벌였다.

발달장애인 가족들로 꾸려진 부모연대는 27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발달장애인 복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날 삭발식에 참여한 정희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지원 책임을 가족에게 미루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김수정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서울시에 아직도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집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며 “서울시는 중앙 정권 탓만 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삭발식에는 부모연대 회원 19명이 참여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회원들과 지켜보던 시민들은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정부는 조속히 발달장애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 “발달장애인 가족의 고통을 국가도 함께 짊어져 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가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지원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삭발을 마친 한 회원은 “머리는 시간이 지나면 자라지만 권리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며 “발달장애 가족의 권리를 다지자는 의미로 삭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윤종술 부모연대 회장은 “발달장애인 부모는 내가 없는 세상에 자녀가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며 “지원주택과 같은 지원체계가 활성화될 때 우리는 자녀보다 하루 늦게 죽는 꿈을 더는 안 꿀 수 있다”고 울먹였다.

부모연대 측은 송주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발달장애인 지역 내 24시간 지원체계’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①자치구당 재가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10호씩 우선 공급 ②발달장애인 일자리 지원 및 권익 옹호 지원 확대 ③발달장애인 평생교육 및 24시간 지원체계 보장 ④발달장애 전담부서 설치 4가지 안이 담겼다.

검은 옷차림으로 방문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김남연 부모연대 서울지부 고문의 손을 잡고 “동료 장애인으로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시각 장애인인 그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야만 했던 이분들에 대해서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함께해야 할 때”라며 “장애인 인권은 정파나 찬반을 가릴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추구하는 미래 사회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A씨가 25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연이어 장애인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발달장애 치료를 받는 6세 아들과 40대 엄마가 함께 자택에서 몸을 던져 숨졌다.

같은 날 인천에서도 60대 여성이 30여 년간 돌봐온 중증 장애인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집에 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진 이 여성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며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고 울먹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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