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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도 국가대표가?…‘브레이킹’으로 편견 깨뜨린 그들

2022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종호·전지예 인터뷰
아시안게임 연기로 12월 세계선수권대회 첫 출격

'2022년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종호(활동명 LEON·29)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춤에도 국가대표가 있을까?”

‘비보잉’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브레이킹’(Breaking)에 국가대표가 있다. 김종호(활동명 LEON·29)와 전지예(활동명 FreshBella·23)가 그 주인공이다.

브레이킹은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동작을 춤으로 풀어내는 예술이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유래한 ‘힙합’ 문화의 한 종류다. 서로 춤으로 대결하는 ‘배틀’ 스타일이 일반적이다. 춤이지만, 승부를 낸다는 점에서 스포츠적 요소가 짙다. 그런 점 때문에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총 4명의 댄서는 올해 열리는 브레이킹 국가대항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당초 9월 개최 예정이던 아시안게임이 이들의 첫 선발 무대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 19사태를 이유로 아시안게임을 연기하면서 오는 12월 열리는 비보이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도 다른 국가대표와 똑같이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소했다. 두 사람은 각각 의정부와 일산에서 선수촌을 오가며 감독과 코치의 지도하에 훈련을 받고 있다. 오전에는 체력 훈련을, 오후엔 춤 연습을 반복한다.

'2022년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종호(활동명 LEON·29)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한결 기자

“드디어 해냈구나, 우리 아들”

김종호는 지난해 11월 27일 국내 1호 브레이킹 국가대표가 된 후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숱한 세계대회 우승을 경험한 그였지만 국가대표가 주는 의미는 달랐다. 김종호는 인생의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그날을 꼽았다. 김종호의 부모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드디어 해냈구나, 우리 아들”이라고 말했다. 친척들과 지인들의 전화가 쏟아졌고, 고향 경기도 양주엔 현수막이 걸렸다. 김종호는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어요.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게 제일 좋았고 뿌듯했어요”라고 소회를 밝혔다.

브레이킹 국가대표가 되려면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이 주관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브레이킹 K시리즈에 참가해야 한다. 브레이킹 K시리즈는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 2차 대회 우승자와 랭킹 포인트 합산 상위 16위 이내 선수들이 ‘파이널’ 대회에서 격돌한다. ‘파이널’ 대회에서 비보이(B-boy)와 비걸(B-girl) 각 부문에서 최종 2위 안에 드는 성적을 거두면 비로소 국가대표가 된다. 김종호와 전지예는 지난해 11월 브레이킹 K시리즈에서 각각 최종 1위와 2위의 성적을 거두고 ‘2022년 브레이킹 국가대표’가 됐다.

김종호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5년 우연히 브레이킹 공연을 보고 화려한 동작에 매료됐다. 단 한 번의 공연이 김종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김종호는 올해로 18년차 비보이다. 김종호의 어머니도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래 출 줄은 몰랐다”고 그에게 말했다.

김종호와 함께 춤추던 사람 중 현재까지 팀에 남아 활동 중인 사람은 단 3명뿐이다. 그는 “결혼도 해야 하니 다들 생계 문제도 고려 안 할 순 없잖아요. 그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종호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떠나는 사람을 잡을 명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종호는 브레이킹을 선택했다. 김종호는 “춤이 너무 좋아요. 춤으로 뭔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멋져서 계속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2022년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인 전지예(프레시벨라, 왼쪽)와 김종호(레온)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부담 갖지 말고, 하기 싫으면 그만둬도 돼”

전지예(활동명 FreshBella·23)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5년 브레이킹에 입문했다. 취미로 다니던 댄스학원에서 브레이킹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다. 그 후 전지예는 한 번도 춤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진로를 두고 가족과의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브레이킹 입문 3년만에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과로 주위를 설득해나갔다. 주변 비걸들 중 상당수는 다른 장르로 노선을 바꿨다. 브레이킹을 향한 전지예의 열정은 남달랐다. 그는 실용무용과에 진학했지만 1학기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브레이킹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아서였다. 전지예는 비보이가 아닌 비걸이어서 어려운 점에 대해 “근력이 남자보다 약해서 회전 동작 연습에 오랜 시간이 걸려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인 전지예(활동명 FreshBella·23)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펼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지난해 11월 전지예가 국가대표가 됐던 날 전지예의 어머니는 “하기 싫거나 너무 힘들면 부담 갖지 말고 그만둬도 돼”라고 말했다. 딸을 걱정하는 마음에 브레이킹을 반대했던 전지예의 부모는 이젠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전지예는 여전히 춤이 가장 재밌고 좋다고 말한다. 전지예는 “이게 끝이 아니라 (국가대항전의) 시작이란 걸 알아서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라고 국가대표가 된 소감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인 전지예(활동명 FreshBella·23)가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연습실에서 브레이킹 동작을 펼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다시 찾아온 기회예요”

사실 브레이킹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한 문화는 아니다. 한국은 2000년대 브레이킹 최강국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금새 시들해졌고 “브레이킹은 한국”이란 말도 옛말이 됐다. 김종호는 브레이킹이 국제스포츠무대에 서게 된 지금을 “다시 찾아온 기회”라고 표현했다.

김종호는 “브레이킹을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더 잘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전지예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브레이킹이 정식종목이 되면서 관심이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잘해야죠”라고 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브레이킹이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을 받기 위해선 공정성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레이킹 대회의 심판은 댄서 출신이다. 심판의 취향 등 주관적 요소가 판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성 담보를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KFD 관계자는 “동작 하나하나를 점수화하는 것은 아니다. (심판도) 주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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