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당신들 유령인가… 범죄심리상담업체의 실체[이슈&탐사]

[상담시장 X파일] <4화>유령상담사 추적기

이슈&탐사팀 이동환 기자가 빌딩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다. 취재팀은 범죄 피의자를 상대로 정상참작용 소견서를 '파는' 심리상담센터들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주간 그들의 서울과 경기 일대 소재지를 모두 찾아갔다. 어디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없었다. 이한형 기자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거의 흔적도 없었다. 유령을 쫓아다니는 것 같았다. 취재팀은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했단 말인가. 취재 과정에서 연락했던 범죄자 전문 심리상담업체들(‘성범죄자 선처세트 팔아요~’ 엉터리 심리상담에 55만원)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홈페이지에 밝힌 사무실 주소를 모두 방문했지만 거기에 그들은 없었다.

유령들

성범죄 피의자를 가장한 취재진에게 범죄자 전문이라는 심리상담업체 직원들은 대개 비대면 상담을 권했다. 대면 상담을 해줄 수도 있지만 전화통화로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정상참작용 심리상담 소견서를 얼굴 한 번 안 보고 써준다는 얘기였다. 그들은 ‘당연히 당신한테도 그게 훨씬 낫지 않으냐’는 투였다. 뭘 굳이 만나려고 하느냐는 식이었다.

과연 사무실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웠다. 이들은 사무실 주소라며 홈페이지에 여러 곳을 올려두고 있었다. 전화로만 상담하면 이 많은 사무실은 무슨 일에 쓰고 있단 말인가. A심리상담센터와 C심리상담센터, 그리고 C센터 대표가 운영하는 다른 업체들의 서울·경기 소재 주소지는 모두 6곳이었다. 이들을 지난 11일과 13일 이틀간 모두 가봤다.

A심리상담센터 인천 사무실엔 공유오피스 업체가 있었다. 정문 앞 간판엔 A센터 이름이 빠져 있었다. 이슈&탐사팀

A센터의 인천 사무실은 인천항 인근이었다. 각종 오피스 건물과 유흥가, 먹자골목이 한데 모여 있는 동네였다. 업체가 입주한 빌딩은 임대조차 다 끝나지 않은 신축 건물이었다. A센터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 7층 한 귀퉁이는 공유오피스로 쓰이고 있었다. 40여개 업체가 장소를 빌려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말이 ‘회사’지 거의 유령들이었다.

공유오피스는 대부분 1평(3.3㎡)짜리 1인 사무실이었다. 넓은 공간을 채 썰듯 촘촘하게 칸막이를 쳐서 수십개 공간으로 나눴다. 책상 하나 놓으면 꽉 차는 수준이었다. 기지개를 켜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임대료는 월 18만원. 입구에 나열된 그 많은 입주 업체 상호 중에 A센터는 없었다. 다만 1인실 계약을 유지 중인 사실은 확인했다.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A센터 말고도 태반이 빈자리였다.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자가 계약만 하고 평소엔 나가서 영업하느라 자리에 없다”며 “간판도 안 달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소름 돋는 사실

A센터 서울 사무실은 법원이 즐비한 서초구의 한 낡은 빌딩 2층 ○호에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가서야 알아챘다. “우린 A센터와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했던 C센터 대표가 운영하는 행정사사무소의 주소와 같았다. 그는 “거기 갔다가 (만족 못하고) 우리한테 오는 분이 많다”고 했는데 그 고객들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소린가. 닭살이 돋았다.

A심리상담센터와 C심리상담센터 대표의 행정사사무소가 위치한 걸로 돼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엔 공유오피스가 있었다. 그곳 대부분을 드론업체가 점유하고 있었다. 이슈&탐사팀

2층은 고색창연한 나무 간판에 한자로 이름을 새긴 개업 변호사들의 사무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끼어있는 ○호엔 A업체 간판도, C센터 대표의 행정사사무소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다. 사무실을 쓰고 있는 건 둘 중 누구도 아닌 드론업체였다. 유리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사무실 책상 위 곳곳엔 드론과 각종 공구가 널려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간이 오후 3시쯤이었다. 누구라도 만나 뭐라도 물어보려고 했지만 20분 넘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곳도 일종의 공유오피스였다. 사무실을 소유한 업체는 6개월 단위로 26만4000원을 받고 주소를 갖다 쓰게 해준다. 이런 걸 ‘비상주 계약’이라고 했다. 빌린 주소는 사업자등록에 쓴다.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곳을 세무서에 회사 주소로 올려 영업 허가를 받는 것이다. 드론업체는 실제 사무실을 이용하는 ‘상주 계약’을 한 업체였다.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사업체를 차리고 싶은데 사무실 임대가 부담스러운 분들이 계약을 하시는 편”이라며 “주소지를 빌려드리면 그분들이 직접 세무서 가서 사업자등록을 하는 식이라 업체들 사정을 하나하나 다 알진 못한다”고 했다.

위장전입

다른 주소지들에서도 해당 심리상담센터들을 찾을 수 없긴 마찬가지였다. C센터의 서초구 사무실도 비상주 계약 상태였다. 이 업체 강남구 사무실은 테헤란로에 있는 걸로 돼 있었다. 주소가 불완전해 그 일대 16개 빌딩을 모두 들어가 확인했지만 비슷한 사무실도, 공유오피스도 없었다.

그나마 ‘꼬리’가 보인 주소지는 C센터 대표가 자신의 행정사사무소 주소 중 하나로 올려둔 경기 안양 사무소였다. 이곳 3층엔 한 의료기기 인증 컨설팅업체가 있었다. 1~2층은 의료기기를 만들어 포장·판매하는 공장이 있었다. 컨설팅업체 직원은 취재진이 C센터 대표 이름을 꺼내자 처음엔 모른다고 했다가 뒤늦게 “저희 대표님”이라고 설명했다.

C심리상담센터 대표가 행정사사무소 주소 중 하나로 올려 놓은 경기 안양의 한 빌딩 외관. 이곳에는 의료기기 인증·컨설팅 법인이 있었다. 이슈&탐사팀

C센터 대표는 이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당 업체 대표가 아니라 “단순히 도와주는 관계”라고 말했다. ‘단순히 도와주는 사람’이 어떻게 ‘저희 대표님’으로 불리는지는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한 건설경영컨설팅업체 홈페이지에도 대표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이 역시 도와주는 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해명은 단순히 도와주는 조건으로 해당 업체 주소를 자기 회사 사무실 주소로 쓰고 있단 얘기나 다름없었다. 명백한 위장전입이다.

범죄심리상담센터 운영자들은 그렇게 일정한 사무실도 없이 공유오피스나 남의 사무실 등에 이름만 올려둔 채로 심리상담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공유오피스에는 대부분 주소만 빌리는 비상주 계약을 했다. 대면 상담을 받겠다는 사람한테까지 “그럴 필요 없다”며 비대면 상담을 강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어차피 범죄자들은 선처나 받으려는 것일 테니 전화 한두 통으로 끝내는 게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용하지도 않을 사무실 주소를 이름만 들어도 휘황찬란한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에 둔 건 후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에 사무실을 둘 만큼 능력이 있다. 강남·서초라는 지명은 그런 믿음을 준다. 성범죄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제휴업체로 입점한 B심리상담소의 주소지도 강남구 한 빌딩의 공유오피스였다. B상담소가 “우리 상담소 모습”이라고 올린 사진은 상담소와 무관하게 해당 공유오피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일치했다.

상담센터 차리기 쉬워도 너무 쉽다

심리상담센터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병원이나 음식점은 의료법이나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별도 신고 절차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심리상담센터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된다. 그런 심리상담센터들에 비상주 공유오피스는 말하자면 ‘아지트’다. 건물을 사거나 빌릴 만한 돈이 없어도 사업자등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소액으로도 강남과 서초 한복판에 입성한 ‘능력 있는 업체’로 둔갑할 수 있다.

이슈&탐사팀 기자가 한 빌딩 출입구를 열고 있다. 취재팀이 찾아간 그들의 사무실 주소는 대부분 공유오피스였고 일부는 아예 다른 업체 사무실이었다. 공유오피스도 주소만 빌려놓고 실제로는 해당 장소를 사용하지 않는 비상주 계약을 한 경우가 많았다. 이한형 기자

돈 받고 ‘위장전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비상주 공유오피스엔 위법 소지가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6·8조에 따르면 사업자들은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해당 주소가 진짜 소재지인지는 그곳에서 조금이라도 해당 사업을 하는지로 판단한다. 국세청과 일선 세무서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유오피스를 사업장으로 쓰는 경우 업무 공간이 업체별로 명확히 구분돼 있어야 한다. 세무 당국이 사업자들과 우편물 등으로 연락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준에 대면 취재진이 확인한 심리상담센터들은 세무서 직권으로 폐업시킬 수 있는 대상이었다.

문제는 해당 사업장이 합법적 소재지인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법령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세무 공무원이 현장에 가서 판단한 대로 사업장이 관리되고 있다. 한 세무 공무원은 “노트북 하나로도 가능한 사업이면 사업자등록을 내주는 식”이라고 전했다. 실체가 없는 심리상담센터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배경에는 이런 법적 구멍이 있다.

법령에 구체적 기준을 넣기도 쉽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고정된 장소가 아닌데 사업자등록을 내주는 게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시각과 ‘사업장이 꼭 필요 없는 업종도 많은데 공유오피스를 왜 제재하느냐’는 시각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며 “국세청 입장에서도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더 늘리는 게 옳은지 명확히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꼬꼬무’ 허장성세

절박한 이들을 낚으려는 심리상담업체들의 눈속임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들은 부족한 공신력을 채워 넣으려고 ‘브랜드대상 수상’ 이력까지 사다 쓰고 있었다. 이 방법은 엉터리 심리상담업체들만 즐겨 쓰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심리상담 전문가 노릇을 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민간자격증을 발급해주는 업체들도 애용하고 있었다.

A센터는 앞서 정상참작용 심리상담 소견서 발급을 문의한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로 ‘2021 최고브랜드대상’ 수상을 자랑하는 광고 이미지를 보냈다. 홈페이지에도 큼직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시상 이유는 ‘법인기업 전환 및 비약적인 성장,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도전정신이 빛났다’였다. 또 ‘법률 작가들이 상주해 의뢰인 개개인에 맞는 최적화된 결과물을 제공한다’ ‘심리교육 또한 단순 교육이 아닌 심리상담을 통한 재범방지교육을 제공해 또 하나의 양형자료로 활용 가능케 한다’고 치켜세웠다. A센터는 교육기간 7일짜리 소견서를 5~10분 전화 한 통으로 써준다는 업체였다.

시상업체 홈페이지에 나온 서울 강서구 사무실을 지난 13일 찾아갔다. 이곳도 역시 실체가 없었다.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던 7층엔 그런 업체 자체가 없었다. 주변 업체들에 물어도 “그런 회사는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빌딩 관리사무소 직원은 “○○호에 여전히 해당 업체가 입주해있다”고 했다. 다시 올라가 보니 ○○호엔 다른 상호가 적힌 작은 간판이 달려 있었다. 옥색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홈페이지에 나온 전화번호는 먹통이었다.

A센터에 브랜드대상을 준 업체의 사무실이 있다는 서울 강서구 한 건물 복도. 주변 업체들은 이 업체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이슈&탐사팀

○○호에 적힌 업체명을 검색하니 한 미디어커머스업체 홈페이지가 나왔다. 이곳 대표 이름이 시상업체 대표와 같았다. 미디어커머스업체는 여러 브랜드를 두고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세탁용 티슈, 미용기구 등을 SNS에 홍보하며 팔고 있었다. 한 브랜드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진 방송인을 전속 모델로 삼았다. 이들은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와 함께 코로나19 취약계층 후원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온라인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었다.

‘최고브랜드대상’은 시상업체 홈페이지에서 구글의 무료 설문지인 구글폼으로 신청할 수 있었다. 업체 정보와 설명을 써 내면 돈을 받고 수상 이력을 만들어주는 방식인 듯했다. 신청 업체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판단·심사하고 시상하는지 대표에게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고 취재요청서를 보냈지만 한 줄의 해명도 받을 수 없었다.

브랜드대상도 엉터리였어?

수상 이력 제조업체도 한둘이 아니었다. 한 회사는 아예 브랜드대상과 각종 어워드(상)를 내주는 300만원짜리 상품을 오픈마켓에서 팔고 있었다. 상장과 상패를 수여하는 건 물론이고 수상 보도자료까지 써서 ‘유명 언론매체’에 보낼 수 있도록 추천해주는 패키지였다. 돈을 더 내면 언론사에 수상 기사가 실리도록 해준다고 홍보했다. 시상업체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이름이 낯선 온라인 매체 기사만 몇 건 나왔다.

한 브랜드마케팅 업체가 온라인 오픈마켓에 올린 '브랜드어워드' 상품 구성품(왼쪽)과 구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오른쪽). 해당 오픈마켓 화면 캡처

회사원 이모(31)씨는 “스타트업 재직 당시 회사로 한 달에도 수십 건씩 브랜드대상 업체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가격은 200만~500만원으로 다양했다”며 “스타트업들이 언론대응·홍보 명목으로 편성해둔 돈을 (브랜드대상을 주관하는) 언론사와 홍보대행사들이 ‘수금’하는 방식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엉터리 ‘브랜드대상’들이 버젓이 소비자를 현혹하는 데 쓰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공신력 없는 기관에서 주관하는 경우도 있고 정부의 정책 네이밍을 갖고 장사하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렇다고 브랜드대상 주는 걸 우리가 하나하나 챙겨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부 로고까지 도용

심리상담센터들은 고객을 끌기 위해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부처 로고를 도용하기도 했다.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이거나 어떤 공신력을 인정받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C센터는 공식 블로그 맨 위에 법무부와 대법원 로고를 달고 있었다. 법무부에 확인하니 C센터와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법무부 전화를 받은 C센터는 황급히 해당 로고들을 삭제했다.

C심리상담센터는 공식 블로그 배너에 무단으로 대한민국 법원과 법무부 마크를 사용하다 이슈&탐사팀 취재 이후 삭제했다. C심리상담센터 블로그 캡처

정부기관 로고 등을 영업에 사용하는 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부정경쟁행위다. 특허청으로부터 행정조사나 시정경고를 받을 수 있다. 이건 어디까지만 규정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관리·감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업체가 정부 로고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워 보통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에 나선다. 법적 책임을 물으려 해도 정부 로고를 사용해 얻은 이득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규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정부 상징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제대로 인지 못하고 쓰는 분이 많아 조사 과정에서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자진 시정을 한다”며 “부정경쟁으로 경쟁사가 입은 손해가 있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법적인 책임을 묻는 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보통 계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생존법

성범죄 유죄 확률이 높아지면서 피의자들의 간절함은 더 커졌다. 일부 로펌은 사건 수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 심리상담 소견서라는 상품을 파는 이들과 손을 잡는다. 소견서를 팔려면 심리상담 전문가로 보일 자격이 필요하다. 우후죽순 늘어난 자격증 발급업자들이 그들에게 싼값에 심리상담사 자격을 판다. 손쉽게 심리상담사가 된 이들은 값싼 비상주 공유오피스에 주소를 빌려 번듯한 ‘심리상담센터’로 사업자등록을 한다. 그러고는 빈약한 공신력을 펌프질하기 위해 이번엔 ‘브랜드대상’ 판매업자를 찾거나 정부기관 로고를 훔쳐 홈페이지를 꾸민다.


취재가 진행될수록 해당 업체들이 하나둘 간판을 내리거나 몇 안 되는 흔적마저 지우고 더 꽁꽁 숨었다. C센터 대표는 지난 18일 전화로 폐업 의사를 밝혀왔다. 그는 “상담은 더 이상 들어와도 안 할 것”이라며 “어차피 이달까지 하고 정리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C센터 홈페이지와 블로그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A센터에 ‘브랜드대상’을 준 시상업체는 어느새 홈페이지를 없애버렸다. 2주 전 질의문을 보낸 취재팀에는 27일까지도 회신하지 않았다. A센터는 시상업체와 연락이라도 주고받은 듯 홈페이지에서 해당 브랜드대상 홍보 이미지를 삭제했다.

취재팀이 2시간 만에 심리상담사 1급 자격을 딴 민간자격 발급업체는 본보 보도(“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 이후 해당 동영상 강의를 모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심리상담사 1급 과정은 그대로 운영했다. 취재팀이 수강했던 B교수의 강의는 다른 강의로 교체돼 있었다. 강사는 미국에서 심리상담을 전공한 대학교수였다. 강의만 다른 사람 영상으로 갈아 끼운 것이다. 바뀐 강의 영상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 강의는 이미 10곳 넘는 다른 민간자격 발급업체들이 돌려 쓰고 있었다.

다음 화에는 성폭력 피해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심리상담소를 찾았다가 되레 더 큰 상처를 입은 사례들을 전한다. 상담소 대표들의 낯뜨거운 언행이 그들에겐 폭탄이 됐다. 모두 이름 있는 상담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슈&탐사팀 강창욱 이동환 정진영 박장군 기자 issue@kmib.co.kr


※‘우리만 몰랐던 상담시장 X파일’ 시리즈는 국민일보 홈페이지 이슈&탐사 코너(www.kmib.co.kr/issue)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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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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