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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분쇄기 ‘불법’ 많다는데…어떻게 구분하죠 [에코노트]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사람들이 가장 기피하는 집안일 중 하나죠. 특히 날이 더워질수록 ‘음쓰’ 관리가 어려워져서 요새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나 분쇄기(디스포저) 검색하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의 정확한 명칭은 ‘주방용 오물 분쇄기’입니다. 싱크대에서 음식물을 버리면 이를 갈아서 일부만 흘려보내는 구조인데, 한때 불법 개조 제품이 무더기로 적발돼 논란이 됐습니다. 음식물을 하수도에 버리면 하수처리 시설에 과부하가 걸리고 환경이 오염될 거라는 문제 제기도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시중엔 여전히 다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마다 ‘친환경 제품’ ‘100% 합법’이라고 내세우면서요. 최근에는 음식물을 미생물로 소멸(액체화)시킨다는 제품도 등장해 더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불법인지 아닌지 소비자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미생물을 이용한 제품은 문제가 없는 걸까요?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에 대한 궁금증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 [에코노트]가 정리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100% 하수도로? ‘불법’ 입니다
한국물인증기술원에서 안내하는 주방용 오물 분쇄기 불법 개조 예시. 미생물 방식 제품은 해당되지 않을 수 있음. 한국물인증기술원 안내자료 캡처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는 한국물기술인증원에서 발행한 ‘주방용 오물 분쇄기 인증서’와 ‘KC전기용품 안전확인서’를 꼭 발급받아야 합니다.

상품 광고 페이지에 인증 여부가 나와 있지 않다면 주방용 오물 분쇄기 정보 시스템(www.gdis.or.kr)에 접속해 ‘인증유효 제품 현황’을 확인해보세요. 모델명, 인증번호, 인증기관과 함께 제품 사진도 공개돼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에선 ‘판매금지 제품 현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설치했다면 2차 처리기(음식물 찌꺼기 회수통)가 있는지, 2차 처리기 내에 거름망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주방용 오물 분쇄기의 인증을 받으려면 ‘음식물 찌꺼기 고형물을 80% 이상 회수하거나 고형물을 20% 미만으로 배출’해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미생물을 이용한 방식이 아니라면, 소비자는 원칙적으로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를 일부 회수해야 합니다.

과거에 불법 설치가 무더기로 적발됐던 건, 업체가 인증은 인증대로 받고 설치할 때 거름망을 빼 버리거나 찌꺼기 회수통을 설치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비싼 돈 들여 분쇄기를 사도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버려야 한다고 하면 제품이 팔리지 않을 테니 음식물을 전부 하수도로 흘러가 버리도록 한 것이죠.

찌꺼기 남지 않는다는 미생물 방식, 괜찮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음식물 쓰레기를 100% 처리해주길 바랄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음식물을 1차 분쇄하고, 2차 미생물로 분해해서 배출하는 제품이 늘고 있습니다. 관련 업체들은 미생물로 인해 찌꺼기가 거의 남지 않아서 소비자가 음식물을 따로 걸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광고하고 있죠.

미생물 방식도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인증 등을 거쳤다면 당연히 ‘합법’입니다. 그러나 몇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물기술인증원에선 특정한 음식물 시료를 이용해서 인증 여부를 평가합니다. 이 음식물의 무게를 기준으로, 분쇄기를 사용했을 때 찌꺼기를 80% 이상 회수하거나 찌꺼기를 20% 미만으로 배출했다면 통과입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실제 음식물을 버릴 때는 어떤 종류의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식재료가 워낙 다양하니까요. 소비자가 버리는 음식물 양에 따라서도 미생물 분해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생물 방식 분쇄기는 ‘미생물이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하며 관리해야 하죠. 일부 업체들은 미생물 유지를 위해 싱크대에서 뜨거운 물을 붓거나 락스 등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미생물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사용 습관이나 시간이 따라서 음식물 분해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분쇄기 구조상 내부를 수시로 들여다볼 수도 없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는 업체 말만 믿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단속 어려움·환경오염 우려… ‘음쓰’ 분쇄기 미래는
게티이미지뱅크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는 1995년 판매·사용이 금지됐다가 2012년 제한적으로 다시 판매가 허용됐습니다. 현재의 인증 기준도 그때 생겼죠.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하수도에 흘려보낸다는 건 현재의 음식물 분리배출 제도와 정면충돌합니다. 사용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도, 정부가 집집마다 들러 불법 분쇄기가 있는지 단속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배관 막힘, 하수도 처리 시설 과부하, 수질 오염 등도 반복해서 언급되는 문제입니다. 지난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 공동주택의 음식물쓰레기가 하수도로 배출되는 경우 오염 부하가 약 27% 증가하고, 하수처리장 증설 등에 약 12.2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분쇄기를 이용할 때 ‘버리는 양’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지 눈으로 보고 인지해야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재사용보다는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게 더 ‘친환경’이라는 사실.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둘러싼 지난한 논쟁도 여기서부터 답을 찾아가길 바라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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