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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정부, ‘카카오뱅크식 신용평가’ 도입한다

서민금융진흥원, 햇살론 신용평가모형 신규 개발
보험가입·세금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 활용
금융정보이력 부족한 ‘씬파일러’ 대출길 확대될듯

지난 15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금리 안내문이 개재돼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을 주축으로 형성된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대출 시장에 정부가 확대 참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빅테크에서 활용하는 보험가입·세금납부 등 ‘비금융 정보’를 반영한 통합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금융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도 대출 길을 확대해준다는 계획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진흥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 ‘햇살론’에 사용되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 중이다. 올해 신규 부임한 이재연 원장의 ‘1호 지시’로 알려졌다.

서금원이 새롭게 구축하는 통합신용평가모형의 핵심은 비금융정보를 이용한 신용도 평가다. 보험가입 정보, 세금납부(자동이체) 정보, 소액결제 정보 등이 반영된다. 서금원 금융교육이나 부채컨설팅을 이수한 차주에게는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정성평가도 이뤄진다. 상환 의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성실하게 빚을 갚지만 정작 정책금융에서는 소외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고객)’들을 구제한다는 목적이다.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은 차주의 금융정보에 의존해 신용 점수를 매겼다. 따라서 상환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금융정보상 연체 이력이 있거나 과거 불찰로 금융질서 문란 정보가 등록되는 등 요건에 미달했다면 대출이 거절됐다.

기존 모형의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이다. 현재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는 은행업권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신용평가모형 대신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고유의 모형을 사용 중이다. 카카오뱅크 신용평가모형(CSS)의 경우 통신·교통정보를 반영해 인공지능(머신러닝) 방식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토스뱅크(TSS)는 아르바이트 근무내역, 자영업자 매출정보까지 취합해 신용점수를 매긴다. 네이버·쿠팡 등 빅테크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실상의 소액대출인 BNPL(Buy now pay later·후불신용결제)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정책성 대출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환 능력인 만큼 지금까지는 연체 이력이 있는 등 분들에게는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았다”며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마을 이장이 성실상환자에 대한 보증을 서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용을 평가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바라보고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자는 취지로 신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민간 빅테크 기술력을 정부가 받아들임에 따라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대출 공급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금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햇살론15 신청자 26만6592명 중 12만4042명(46.5%)이 금융정보 부족 등을 이유로 탈락했다.

반면 기존 신용평가모형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들 중 상당수는 인터넷은행 자체평가에서 고신용자로 재평가돼 대출 길이 열렸다. 토스뱅크의 경우 중·저신용자의 26.3%를 고신용자로 재평가했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 고객 대출 승인율이 18%, 씬파일러 승인율이 32% 올랐다.

새 체계가 도입되면 현재 민간은행이 사실상 떠맡고 있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정부도 상당부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금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햇살론 대출실행액은 1조962억원이었다. 인터넷은행업계(카카오뱅크 1조7166억원·케이뱅크 7510억원)의 중·저신용자 대출실행액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소외자에 대한 구제를 은행에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대출기관과 차주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부실대출 리스크 문제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교통, 납세, 통신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이 정보격차를 줄이면 이들에 대한 대출 저변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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