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직장 괴롭힘 신고했더니 “취하하세요”… 근로감독관에 두 번 우는 직장인

직장갑질119 밝혀
“제보 10건 중 1건은 근로감독관 관련”


김선옥(가명)씨는 2020년 8월 경기도 용인의 한 회사에 입사한 후 부장으로부터 폭언과 협박, 퇴사 강요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회사 책임자인 전무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회사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고 괴롭힘은 계속됐다. 김씨는 참다못해 지난 4월 퇴사한 후 노동청에 해당 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를 근로기준법상 조사·조치 의무 위반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괴롭힘이 범죄는 아니다”라며 “사업주 위반은 우리(노동청)가 공문을 보냈는데도 조사를 안 하고 조사 기한을 지키지 않을 때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회사에 대한 신고를 취하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직장갑질119는 29일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근로감독관이 법리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직장인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 노동청이지만, 근로감독관은 오히려 2차 가해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거나 회사가 이를 인지한 경우 바로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노동청에 신고했을 때만 노동청이 공문을 보낸 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올해 1~4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767건 중 근로감독관 관련 제보가 10.2%(78건)를 차지했다. 회사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근로감독관이 추가 조사를 하지 않는 등 ‘부실 조사’를 했다는 제보가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이 소극행정을 하면 노동청에 기피 신청을 하거나 국민신문고에 ‘소극행정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남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인이 근로감독관에게 느끼는 부정적 인식이 심각한데 고용노동부는 인력 부족 탓만 한다”며 “근로감독관이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신고를 방치하는 사업장을 엄벌해야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