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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의 세상만사] 권력과 부, 명예 동시에 얻을 수 있을까?


힘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라 말할 수 있다. 초기 인류가 다른 포식동물로부터 목숨을 지키고, 먹을 것을 찾아 사냥하고, 잡은 사냥감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오로지 힘뿐이었다. 인간이 집단을 이뤄 한 곳에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라는 통치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여기서 힘이 권력으로 진화했다.

또 인간의 정착 생활이 식량 등 재화의 비축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의 편중이 일어났고, 언어와 문자, 학문도 발전하게 되면서 명예라는 관념도 생겨났다. 그리고 곧 부와 명예도 권력화됐다.

현대사회에서 부와 명예의 최종 종착지는 권력이 되었다. 적당한 부와 명예를 얻었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권력을 향해 탐욕스럽게 돌진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부와 명예, 권력이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이를 모두 가지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이라는 권력에 다가가기 위해 부 또는 명예, 혹은 둘 다를 가진 많은 사람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에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왕 구천은 책사 ‘범려’의 탁월한 지략으로 춘추오패의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제 달콤한 권력에 마음껏 취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범려는 구천의 만류를 뿌리치고 월나라를 떠났다. 그가 떠나면서 한 말이 현재까지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토사구팽의 고사이다.

범려는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갔다가, 다시 ‘도’라는 지역으로 옮겨 이름을 ‘주공’으로 바꿨다. 그는 농사와 장사를 하며 19년 동안에 세 차례나 천금을 벌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난한 친구들과 먼 형제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여기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삼취삼산(三聚三散)’이다. 즉 ‘재물을 세 번 크게 모아 세 번 베풀었다’는 말이다. 이는 중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는 고사성어가 됐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범려를 ‘상업의 성인’ 혹은 ‘상업의 신’으로 부르며 존경했다.

이렇게 범려는 현재까지도 중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 됐다. 그가 현재까지도 존경받고 있는 이유는 엄청난 부를 쌓았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을 가졌으나 그 권력을 미련 없이 놓음으로써 자신을 지켰고, 억만금을 모았으나 주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는 ‘권불십년(權不十年)’임을 알았고, ‘돈은 써야 다시 모인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실천함으로써, 만인으로부터 명예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호기롭게 명예나 권력까지 거머쥐려고 노력하다가 사달이 난 사례가 많다. 특히 명예나 권력을 탐하는 과정에서 그 부를 축적한 방식이나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음이 드러나서 망신살을 산 경우도 많다.

범려는 결코 권력과 부, 명예를 동시에 취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방면에 뛰어났던 범려조차도 권력을 내려놓은 후 부를 축적했고, 그 부를 베풀어 명예를 얻었다는 사실을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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