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처했다… 포퓰리즘·사법만능주의 위험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98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민주화를 이끌어온 한국은 2010년대 이후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한국사회’ 세미나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원인은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등이다.

발표자로 나선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식 권위주의’로 후퇴했고” “스스로를 촛불혁명 정부라고 자부했던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가 지적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자유주의의 빈곤과 정치의 포퓰리즘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스트적 성격을 가장 선명히 드러낸 것은 ‘적폐청산’”이라며 “다원적 자유민주주의를 위축시켰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스트롱맨의 이미지가 후보가 되는 데는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민주사회를 운영해 나가는 정치지도자로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존의 ‘운동권 공화국’이 ‘검찰 공화국’으로 변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사회학계를 대표해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 이념 대결의 고착, 법에 의한 정치의 대체, 선동을 야기하는 가짜 뉴스의 범람과 탈진실의 도래 등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약화되면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더하여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강화되면 포퓰리즘이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이일영 한신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두 가지 분기와 민주화 체제 위기’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2010년대 이후 세계 경제의 재편 속에서 한국 경제의 산업과 자산 구조가 변화했고, 한국 사회의 지역 격차와 세대 격차가 크게 심화됐다”면서 “미국에서 트럼프주의가 나타났던 것처럼 서울·수도권과 지역 경제의 격차, 청년 세대 내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면 이를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세력이 나타나고 이는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성욱 서울대 법대 교수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통해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했다. 허 교수는 “2017년 탄핵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보다 1년 일찍 물러나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의 대법관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부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가속화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우려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신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스탠퍼드대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South Korea’s Democracy in Crisis’ 출간 기념으로 열린 것이다. 올 가을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이학사)라는 제목의 한국어판이 출간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