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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尹정부 테스트 나서… 국지전 가능성 배제 못해”

[인터뷰]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
“강온전략으로 긴장 높인 후 협상 테이블 나올 듯
코로나19·대북제재에도 해킹으로 돈벌이해 핵실험”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2015년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머물면서 ‘슈퍼피셜 코리아’라는 책을 썼다. 한국사회가 끈끈한 인맥으로 묶여있지만 실상은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진다는 점에서 슈퍼피셜(superficial·피상적인)하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슈퍼피셜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연 학연 혈연에 집착하는 슈퍼네트워크를 깨야 되는데, 저도 서울에 오면 피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권현구 기자

“북한은 분명히 새 정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최대한 긴장을 높이려고 할 것이다. 국지전 정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때 윤석열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의 남북관계가 규정될 것이다.”

재미 석학인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사회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한·미동맹, 북한 문제, 동북아 각국의 외교정책 등에 정통한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독일 슈피겔, 영국 가디언, 프랑스 AFP통신, 중국 카이신 등 해외 주요 언론 10여곳이 인터뷰를 청했을 만큼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다가 두 권의 책 출간과 관련된 행사 참석차 3년 만에 한국에 온 신 교수를 13일 서울 용산의 호텔에서 만났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공동 편집한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비자유주의, 포퓰리즘, 양극화의 위협’과 그가 편집을 맡은 ‘북한의 난제: 인권과 핵 안보의 균형’은 모두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신 교수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남았다는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그로 인한 남북관계의 전망, 북·미관계, 윤석열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제언, 미국을 휩쓸고 있는 K컬처의 힘까지 두루 의견을 들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무성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까.

“가능성이 크다. 핵과 미사일 문제는 기술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 미사일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가기 위한 기술 발전 측면에서 계속 시험발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은 소형화해서 ICBM에 장착하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미사일보다 실험해야 할 기술적인 필요성이 적다. 핵실험은 정치적인 타이밍 문제인데, 그걸 보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강대강 정면승부”를 언급하고 강경파인 리선권과 최선희가 각각 통일전선부장과 외무상에 기용되면서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거라는 예측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리선권과 최선희로 라인업을 다시 정비하면서 본격적으로 협상이든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북한은 전략적인 사고가 굉장히 강하고, 최선희는 워낙 미국통이다. 강온전략으로 핵실험을 하면서 테이블에 나올 것이다. 다만 협상 전에 한 번 정도 충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MB)정부 때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처럼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항상 그랬듯이 테스트를 하려고 할 텐데, 우리의 대응에 따라 긴장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물꼬를 틀 수도 있다.”

-북한이 올해에만 1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지난 4월에는 김 위원장이 ‘대남 핵 공격’ 발언을 했다.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오는 배경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가.

“그렇다. 다만 어려운 점은 북한의 테스트가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MB 때 5·24조치(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독자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국민정서 문제였다. 천안함에서 46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관계가 경직된 측면도 있었다.”

-북한이 코로나19와 대북 제재, 가뭄으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내부사정에도 핵실험 재개를 준비하는 김 위원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북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북한은 영변의 핵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제재를 푸는 것을 원하고, 리선권과 최선희를 임명한 것도 그 목표를 위한 준비일 것이다. 북한은 해킹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해 지난해에만 4억 달러(4800억원)를 챙겼다. 북한 경제 규모로는 엄청난 큰돈이다. 코로나19로 중국과 국경이 한동안 닫혔는데도 북한이 버틸 수 있는 이유에 대한 부분적인 설명이 된다. 대북 제재의 구멍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쯤 대화 테이블로 나올까.

“2017년 전쟁 이야기가 나오고 한창 위기 상황에 있던 그다음 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여정 당시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왔다. 문재인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지만 사실 2017년 후반부에 북·미 간 정보라인이 가동됐다. 6차 핵실험을 하면서도 물밑대화가 있었고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이 평창에 온 것이다. 서글프지만 북한은 미국이 움직여야 움직인다. 이번에도 미국과 최소한의 교감이 있은 후에야 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교수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관심이 없다면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전략적 인내’에 빗대 ‘전략적 무관심’이라고 표현했다. 북핵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일 텐데.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미국 현직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트럼프가 유일했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국이 우선순위로 올라간 적은 없다.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최우선순위는 중국이다. 북한은 90년대 말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협상하자는 아주 전향적인 ‘페리 프로세스’에 이어 두 번째 기회를 놓쳤다. 아마 다시 그런 기회는 없을 것이다.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공석이고 성김 대북 특별대표는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관심이 많이 줄었다. 미국이 전략적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상황을 끌고 나갈 것인지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끈끈해지면서 북한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국제질서가 권위주의 대 자유민주주의로 재편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과거에는 미국도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이제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금 상황은 이전보다 좋지 않다. 6차 핵실험 때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했지만 7차 핵실험을 해도 유엔이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어렵다. 북한 역시 겉으로는 꽃놀이패이지만 생각이 복잡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는 건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 전략적으로 힘이 더 생길 텐데 어쩔 수 없이 중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윤석열정부는 어떤 대북정책을 펴야 할까.

“북한과 양자 대화, 다자 대화, 압박, 제재 모두 시도해봤다. 그동안 안 해봤던 게 정상회담이었는데 결국 잘 안 됐고, 6자회담도 한·미·일-북·중·러로 완전히 3대 3으로 갈리게 되면서 어렵게 됐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현실적인 게 결국 당근과 채찍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 때도 계속 얘기했지만 북한 문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만 강조하지 말고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일본과도 협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남북관계만 보다 보니 다른 게 다 꼬이지 않았나.”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북핵에 대해서도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 등에서 언급하고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 어떻게 보는가.

“윤석열정부 외교안보팀에는 MB 때 사람이 많다. 경험이 있는 건 좋은데 10년 세월이 지났고 상황도 변했다. CVID는 트럼프 때도 검증을 원했지만 북한이 하지 않았고, 특히 불가역적인 건 설사 핵을 포기해도 이미 기술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을 전부 추방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교수님이 온건한 대화파였다가 6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이 핵보유국인 것은 기정사실이고, 우리도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가.

“문재인정부는 김정은이 정말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전제가 잘못됐기 때문에 문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보자. 비핵화를 추구하되 이제는 좀 다른 전제,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방법을 찾을 때가 됐다.”


-북한 외교관도 많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핵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10여년 전 사석에서 고위급 외교관에게 정말 핵을 포기하냐고 물었더니 ‘외부의 위협이 없어지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포기 안 한다는 뜻이다. 우리 학교의 지크프리트 헤커 같은 온건파는 지금이라도 핵 동결부터 하자고 주장한다. 그분은 94년 핵 동결 기본합의가 없었으면 지금 북한 핵무기가 훨씬 많았을 테니 실패가 아니고, 일단 동결을 한 후 대화하자는 입장이다. 북·미 간 불신이 커져서 이제 그런 주장은 소수가 됐다.”

-교수님은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라 작지만 빠르고 영리한 돌고래가 돼야 한다는 ‘돌고래 외교론’을 펴왔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외교안보정책은 무엇일까.

“45년 이후의 냉전구도, 90년대 초 냉전구도의 해체, 그리고 지금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세 번째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과거 두 번의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슬기롭게 대응해 가장 많은 혜택을 봤다. 이제 군사 경제 문화적 파워까지 세계 10위권 국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중요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서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한·러, 한·중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나토에 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건 좋다고 본다. 다만 불필요한 언사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대선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는 굳이 꺼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탠퍼드대에서 20년간 한국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국 내 한국학 연구를 선도해왔다. K컬처가 주제였던 지난달 20주년 행사도 성황이었다고 들었다.

“온라인으로 접수한 참가 신청이 1분 만에 끝났고 대기자가 몇백명이 됐다. 학교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행사를 알리는 트윗을 했는데 4만2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연구소 사람들이 2주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왔을 때는 2만명이었다면서 오바마를 가뿐하게 눌렀다고 농담을 했다. 이 엄청난 관심을 어떻게 연구로 발전시켜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학의 위상은 20년 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나.

“한국학의 트렌드도 변한다. 예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강의 기적’, 경제 발전이었다. 그다음이 민주화, 그다음은 북한 문제였다. 지금은 단연 K팝과 드라마가 대표하는 K컬처다. 특히 K팝은 반짝인기가 아니라 박세리 선수 한 명으로 시작해 계속해서 스타가 배출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처럼 되지 않을까 한다. 진지하고 길게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소에서 K팝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아바타를 등장시킨 걸그룹 에스파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인터뷰도 담았다.”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

“리버럴리즘, 자유주의다. 개인적으로 서구식 민주주의에 대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다른 모델을 추구했던 일본과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리버럴리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더 좋은 대안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을 이룬 운동권 세력이 민주화를 쟁취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도 진영논리와 집단주의에 빠진 것은 자유주의를 내재화하지 못하면서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주의를 어떻게 보나.

“저도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게 피상적인 자유가 아니라 정말 리버럴리즘이 체화된 것이라면 정책이나 앞으로의 행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후에 다시 물어봐 달라.”


-취임 한 달을 넘긴 윤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마찬가지로 취임 첫 1년 정도는 평가 이전에 기다려보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은 다양성 문제다. 현 정부의 중추를 이루는 검찰의 슈퍼네트워크가 혁신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페미니즘은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이슈다. 안티 페미니즘의 이미지는 빨리 벗지 않으면 안 된다. 배려나 안배 차원에서 부랴부랴 여성 장관 몇 명 임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정치인들은 통합을 말하지만 적대와 분열의 팬덤정치가 논란이다.

“팬덤정치는 걱정스럽다.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렇다고 통합의 정치만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원화된 사회구조에서는 통합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통합의 정치라는 게 모두 자기 기준으로 내 식대로 통합하고 싶은 것 아닌가. 진보와 보수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다르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토론하면서 공존하는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권혜숙 인터뷰 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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