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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굿즈] “16개의 페트병이 가방이 된다” 100% 재활용 원사 쓰는 플리츠마마

[굿굿즈]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
“새로 사지 말고 오래 쓰세요”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꾸준히 지켜보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재활용 소재만 100% 사용해서 옷이나 가방을 만드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 군데 되지 않겠느냐’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짐작은 빗나간다. 페트(PET)에서 뽑아낸 재활용 원사(原絲)만으로 가방과 옷 등을 만드는 기업은 ‘플리츠마마’가 유일하다. 재활용 소재를 1%만 쓰고도 ‘친환경’을 내세우는 기업이 적잖은데, 플리츠마마는 100%로 승부를 보고 있다.

2018년 브랜드를 내놓은 뒤로 지금까지 364만개의 페트병이 30만개의 플리츠마마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창업 5년차 스타트업이지만 삼성물산, 롯데면세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서울시, 제주도 등과 꾸준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플리츠마마 본사에서 왕종미 대표를 만나 비결은 무엇인지, 비전은 어떤지를 들어봤다.

“친환경 소재로 제품을 만들면 품질이 어떨 것 같으신가요(웃음). 의외로 리사이클링 원사는 일반 폴리에스터 섬유보다 실의 형태가 고르게 나와요. 그래서 발색력이 뛰어납니다. 화려한 원색, 차분한 파스텔톤 모두 소화해낼 수 있어요. 플리츠마마 니트백의 색감이 다채로운 것은 재생 원사를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무거운 인상부터 받는 이들이 적잖다.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괜스레 부담스러워 한다거나, 친환경 제품을 갖고 싶어 한다기보다 ‘실천’의 관점에서 다가가기도 한다. 왕 대표는 플리츠마마 제품에 이런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첫째도 예뻐야 하고, 둘째도 예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페트병, 폐어망에서 실을 뽑아내 가방을 만들다니 신기하다’에서 그치면 안 되고요(웃음). 갖고 싶은 제품, 들고 싶은 가방이어야 하는 거죠. ‘예뻐서 집어 들었는데 친환경 제품이라니 놀랍다’는 반응을 얻고 싶었어요. 그런 점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플리츠마마의 제품들은 경쾌하다. 디자인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150% 성장을 하는 것도 디자인 없는 친환경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약 50억원의 누적 투자도 받았다. 플리츠마마의 디자인과 경영철학에 공감한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된 점도 성장 비결 중 하나다.

플리츠마마는 친환경 슬로건에서도 직관적으로 접근했다. “16개의 페트병이 가방이 된다.” 버려진 페트병이 어떻게 가방이 될 수 있다는 걸까. 플리츠마마는 이런 식으로 페트병을 가방으로 탈바꿈시킨다고 한다.

‘수거된 페트병 가운데 깨끗한 것을 골라낸다. 깨끗한 페트를 더 깨끗하게 씻는다. 세척된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칩을 만든다. 칩에서 실을 뽑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터로 원단을 만든다. 그 원단으로 옷, 가방, 신발을 만들 수 있다.’(그래픽 참조)

버려진 페트병에서 재활용 소재를 뽑아낸 뒤 새롭게 옷이나 가방 등으로 만들어질 때 이런 과정을 거친다. 플리츠마마 제공

언뜻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깨끗한 페트를 구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재활용 원사를 쓰면, 새 실을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재활용 과정을 거쳐야 해서다. 게다가 재활용 원사로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몸에 닿으면 피부에 나쁘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숱하게 받는다.

“재생 원사 만드는 데 쓰이는 페트병은 새 페트병보다 더 깨끗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순도가 높지 않으면 원사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든요. 뚝뚝 끊어져 버려요. 고품질 재생 원사를 만들려면 순도 높은 페트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왕 대표의 창업 계기는 ‘절박함’이었다. 몇 년 전 왕 대표가 디자이너로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당시 그는 서른여덟이었고, 워킹맘이었다. 앞길은 막막한데 회사 창고에 쌓여있던, 버려지게 된 원사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어차피 버려질 원사를 들고, 재취업 대신 사업을 하기로 했다.

“그램당 10만원, 20만원 하는 고급 원사들이 버려지게 됐거든요. 너무 아까웠어요. 그걸로 어떻게 해봐야겠더라고요. 그런데 품질이 고르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기에 종류도 들쑥날쑥이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버려진 원사가 아까워서 시작한 일인데, 재활용 원사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죠. 그 때부터 공부를 했고, 효성티앤씨의 ‘리젠’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플리츠마마는 효성티앤씨에서 만든 재활용 원사를 100%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효성티앤씨는 대용량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B2B 기업이다. 플리츠마마처럼 스타트업과 계약을 맺는 일은 거의 없다. 왕 대표는 효성티앤씨를 직접 방문해 플리츠마마 가방을 보이며 설득했다. 효성티앤씨에서 ‘리젠’ 섬유를 출시한 이래 이를 활용한 가방이 생산된 적은 없었다는 게 먹혔다. 계약은 성사됐고 리젠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플리츠마마는 ‘국산 페트병’을 원재료로 쓴다. 이 또한 플리츠마마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도했다. 국산 재활용 페트병은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산보다 비싸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일도 중요했다. 제주, 서울, 부산, 전남 여수 등에서 페트병과 폐어망을 모아서 원료로 쓰고 있다.

“플리츠마마 제품을 사신 분들이 가급적 오래 저희 제품을 쓰셨으면 좋겠어요.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없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래 쓰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무상수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 대표가 이런 말을 하면 의아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여기에 플리츠마마의 정체성이 있다. 더 많이 파는 게 핵심 가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왕 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플리츠마마는 어떤 모습일까.


“친환경 기업하면 플리츠마마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환경 문제에 완전한 해결은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결실을 기대하는 대신 악영향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데서 희망을 찾고 있어요. 꾸준히 한 길을 걸어서 5년 뒤,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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