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자격 없다”… ‘학대 양부모’ 집행유예, 비판 봇물


입양아를 수년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양부모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담당 재판장을 향해 “판사 자격이 없다”고 이례적인 비판에 나섰다. 피해 아동이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은 방에 방치되는 등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직접 지구대를 찾아 신고했던 사건이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판장 실명을 언급하며 “즉각 사직하고 법과 관계되지 않은 다른 일을 할 것을 권유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냉골 방치·찬물 목욕… 피해 아동, 직접 지구대 신고
김해에 거주 중인 초등학생 A군은 2020년 12월 양부모로부터 폭언에 시달리고 한겨울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방에 방치돼 화장실 수돗물을 마시거나 찬물에 목욕하는 등 학대를 당했다며 지구대에 신고했다. 이후 사건을 살핀 검찰은 A군 양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법 형사5단독은 지난 17일 초등학생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43)와 C씨(41)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일부라도 인정하고 있고, 피해 아동에 대한 향후 지원을 다짐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에게는 현재 부양이 필요한 미성년 자녀가 한 명 더 있고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것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사단체 “아이 죽어야 단죄할 것인가”
임 회장은 양형에 반발하면서 “아동학대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어떻게 피해 아동의 삶을 평생 망가뜨리는 중범죄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함부로 법대에 앉아서 판결봉 휘두르지 말라”면서 “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법대에 앉아 정의를 행하겠다고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는 돌 무렵인 2010년에 가해자들에게 입양됐다. 첫 학대가 드러난 2017년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온몸에 멍이 들고 갈비뼈에 상처를 입어 학교에 왔고, 양모는 이 범죄에 대해 보호관찰 1년과 상담위탁 6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반성하지 않았다”며 “2년 뒤 아이가 또다시 온몸에 멍이 든 채 등교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가해자들은 무혐의 처분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급기야 가해자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를 원룸에 유기 했다. 아이를 방치하면서, 한겨울에 난방도 없이, 이불도 한 장만 주고, 하루에 한 끼만 먹이며 학대와 유기방임 행위를 지속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초등학교 4학년에 불과한 피해 아이가 12월에 얼어 죽을 거 같다며 경찰서에 직접 가서 자신이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시설에 아이가 위탁돼 가해자들과 분리된 뒤 이 비극은 끝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반복된 범죄행위에 대해 판사는 집행유예의 솜방망이 처벌로도 모자라 부모가 아이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정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며 “아이가 가해자들에게 돌아가 결국 사망에 이르러야, 그때야 제대로 가해자들을 단죄하겠다고 나설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동단체도 비판 동참… “사실상 면죄부”
아동 관련 단체들에서도 비판 성명이 나왔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성명에서 “피해 아동은 수년간의 학대로 인해 신체 손상과 더불어 매우 심각한 정서 학대로 인해 현재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양부모가 중학생인 친딸을 부양해야 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 아동의 정신적 치료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아동은 시설에서의 생활이 편안하다며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 감경 사유가 된다면 오히려 입양 자녀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도 “판사는 시민사회와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중범죄를 경홀히 다뤘으며, 천인공노할 학대를 자행한 이들에게 다시 아이를 밀어 넣는 판결을 했다”며 “우리는 해당 판사가 즉시 법관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