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광’

심리적 스트레스, 환경적 변화
스트레스 밀접한 연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Y는 머리카락 뽑는 습관이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그다음엔 야단도 쳐 보았으나 나이지기는 커녕 점점 심해졌다. 이제는 혼자 잠자기 전이나 숙제할 때처럼 혼자 있을 때, 머리카락을 뽑아 머리 위 부분이 완전 민머리가 되어버렸다. 뽑은 머리카락을 입으로 넣어 씹기도 하였다. 모자를 쓰지 않고는 외출도 등교도 어려운 상태다.

Y처럼 즐거움, 만족감 긴장 완화를 위하여 자신(또는 부모나 가족, 인형 등)의 털을 뽑아 현저한 모발의 상실을 초래하는 것을 발모광(trichotilomania)이라고 한다. 이는 일종의 충동 조절 장애다. 소아에서 유병률은 1% 미만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사춘기 전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여성에게 좀 더 많이 나타난다. 소아에서는 머리를 뽑은 후 머리털을 콧구멍, 입가에 간지럽히던지, 입으로 넣어 먹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위장관에 털뭉치가 남아있으면 ‘라푼젤 중후군’이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빈혈, 위장관 합병증, 장중첩, 궤양, 위장관 천공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응급상황이 된다.

발모광은 심리적 스트레스, 환경적 변화 스트레스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므로 가족, 학교를 비롯한 또래 관계, 학업 등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평가 후에 환경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ADHD)나 강박장애 등의 생물학적 질병과 병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해선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을 한다. 하지만 이러고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인지 행동치료 적인 접근을 해볼 수 있다.

환경적인 인지행동 전략으로 아동이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그러한 행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손깍지를 끼고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주의 전환하는 인지전략을 선택 할 수 있다. 또한 Y와 같이 주로 혼자 있을 때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는 가족들과 저녁 시간에 함께 지내기, 혹은 가족과 놀이 등을 하면 좋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행동 치료에 들어가는데, 먼저 ‘손목에 방울’ 달아 생각 멈추기(think stopping ; response prevention)를 할 수 있다.

아이의 손목에 고무밴드를 착용하고 그 끝에 방울을 달아서 아동이 자신의 머리털을 뽑으려고 손이 올라가면 방울 소리가 나도록 장치한다. 방울 소리가 나면 아동이 소리에 반응하여 행동을 멈출 수 있게 하는 거다. 이때 방울 소리가 나면 부모가 아이 이름을 불러 주면서 행동의 통제를 돕게 하면 좋다.

이밖에도 아이의 동의를 구한 후에 손에 장갑을 끼우거나 손가락 끝에 밴드를 붙여 머리카락 뽑는 행동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기, 머리카락에 물 묻히기등을 해볼 수 있는데, 아동의 손가락 끝에 감각을 집중시킴으로써 관심을 전환시키기 위하여 매니큐어를 아이의 손톱에 날마다 여러 가지 색깔을 바꾸어가면서 발라준다. 또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서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머리를 만질 때에 차고 습한 느낌을 받도록 해 볼 수도 있다. 머리카락을 뽑은 이후에 입술에 넣어서 모근 부분을 빨아 먹는 행동에는 머리카락을 씹는 촉감을 대치할 수 있도록 나일론 끈을 씹어 보거나 혹은 젤리 사탕을 먹을 수 있게 해 본다.

이처럼 다양한 행동 전략으로 머리카락 씹는 행동을 막아 보는 게 도움이 되지만 머리카락을 뽑고자 하는 충동과 욕구는 수용해 주어야 하고 이를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행동은 통제할 수 있지만 감정, 욕구, 감각은 통제하려고 했을 때 다른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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