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 초과이익 환수 논란 “힘들 땐 도와줬냐” “사회주의냐”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정유업체 초과이익 환수 발언에 정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통 분담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 공감을 하면서도,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을 두고 속앓이 중이다. 정유업계 종사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반발한다. ‘사회주의 국가냐’는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며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21일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고유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서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자리에서도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정치권이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환수하겠다고 밝히자 가장 먼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선 건 투자자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유가로 힘들 땐 도와준 게 있었나’ ‘미달 이익일 땐 나라에서 충당하느냐’ ‘비싼 기름 뭣 하러 사서 쓰나. 그냥 배급제로 살자’ 등의 비판이 잇따른다. 한 투자자는 “말도 안 되는 정치 논리에 대한민국 경제가 놀아난다. 한국전력공사처럼 사기업도 망가뜨리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 말하는 초과이익 환수에는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초과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부터 논란이다. 초과손실을 봤을 때 정부에서 보상할 수 있느냐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유 업체들은 2020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5조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정치권 논리대로라면 영업 초과손실 보전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주주의 재산권을 훼손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배당하거나 투자해야 하는 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환수하거나 이를 경영진이 묵인할 경우 배임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격이라는 것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게 되면 이는 결국 그 주식의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과이익 환수가 되레 기름 가격 인상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생산할수록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공급을 줄이거나 설비가동률을 낮추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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