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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군견의 ‘견생 2막’… 사랑으로 돌봐주실 분?

셰퍼드·말리노이즈가 95%
육군, 매주 금요일 무료 분양
입양 결정되면 몸에 칩 삽입
연 1회 건강검진·보고해야

군견에서 퇴역한 벨기에 말리노이즈 ‘유이’의 모습. 2018년 퇴역견을 입양해 돌봤던 조정아씨는 그 퇴역견의 새끼들인 ‘유이’와 ‘유천’이 지난해 퇴역 후 분양 대상에 오르자 지난 2월 육군 훈련소를 통해 입양했다. 조정아씨 제공

육군·해군·해병대 정찰이나 추적, 탐지 용도로 일한 군견들에게도 퇴역의 때가 온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 수고한 뒤 퇴역한 군견들의 ‘견생 2막’은 어떻게 될까.

군은 임무를 마친 군견들 일부를 민간에 분양한다. 군견은 사납고 공격적인 성향을 띨 것 같다는 막연한 인식이나 독일 셰퍼드나 벨기에 말리노이즈 등 대형견이 많아 반려동물로 적합할까 싶은 우려가 있지만, 민간에 분양되는 군견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선발된다고 한다.

평범한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될까. 실제 퇴역 군견 ‘유이’ ‘유천’ ‘도원이’와의 동반을 선택한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육군 군견훈련소 능력 평가에서 탈락해 관리견으로 분류, 민간 분양된 벨기에 말리노이즈 ‘도원이’의 모습. 김주영씨는 2020년 11월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도원이’를 입양해 ‘좋은일’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줬다. 김주영씨 제공

군견 될 때부터…냉엄한 선발 거친 특별한 아이들

현재 복무 중인 현역 군견은 약 1300마리다. 육군·해군·해병대 소속 군견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공군 소속 군견은 경남 진주 소재 공군교육사령부 내 군견 훈육중대에서 육성한다. 육군 군견훈련소에선 보통 한 해 동안 130여마리의 강아지가 예비 군견으로 태어난다.

최종 작전견이 되기까지는 3단계를 거친다. 생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군견이 될 자질과 능력을 평가받는 것이 첫 번째다. 인원 변동이 잦은 군 특성상 낯선 사람과 빠른 적응과 호흡은 군견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견번을 부여받고 양성 후보견이 돼 20주간 기초 훈련을 받는다. 병사로 치면 신병교육대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훈련병인 셈이다. 양성 훈련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군견 자격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합격하면 작전견으로 발탁돼 군 복무를 시작한다. 매년 차이가 있지만 보통 최종 선발되는 작전견은 후보견 중 30~40% 정도다.

군견종은 크게 4종으로 분류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견종이 독일 셰퍼드다. 영리하고 용맹스러운 성격의 셰퍼드는 국내 군견의 약 80%를 차지한다. 벨기에 말리노이즈가 약 15% 정도다. 셰퍼드와 말리노이즈 둘 다 민첩하고 총명하며 적응력이 뛰어나다. 군견은 크게 추적·정찰·탐지견 3종으로 분류되는데, 두 견종 모두 3가지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만능’이다. 군 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견종으로 볼 수 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약 3%가 활동 중이다. 다른 견종보다 인내심과 집중력이 뛰어나 탐지견, 추적견 임무를 수행한다.

극소수지만 진돗개도 있다. 국내에선 2015년에 처음으로 군견으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다만 주인에 대한 높은 충성심이 돌발 변수가 많은 임무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한다. 담당 군견병이 전역하거나 보직 변경 시 통제가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는 잘 선발하지 않는다.

군견에서 퇴역한 벨기에 말리노이즈 ‘유천’이의 모습. 2018년 퇴역견을 입양해 돌봤던 조정아씨는 그 퇴역견의 새끼들인 ‘유이’와 ‘유천’이 지난해 퇴역 후 분양 대상에 오르자 지난 2월 육군 훈련소를 통해 입양했다. 조정아씨 제공

군견의 일과는 철저한 훈련의 연속이다. 매일 오전 7시에 기상해 오전과 오후 3시간씩 기본적인 주특기 훈련을 한다. 오후에 임무별 훈련이 끝나면 급경사지 구보, 러닝머신 등 기초체력을 다진다. 언제든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휴일 없이 1년 365일 내내 같은 일과를 보낸다.


분양 신청,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활동했던 군견은 퇴역 후 일부 선발을 거쳐 민간에 분양된다. 2015년부터 육군에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무료로 분양을 진행해 왔는데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한 해에 102마리가 민간의 주인을 만났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의 경우 민간에 분양된 군견은 24마리에 그쳤다. 올해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6월까지 분양된 군견은 10마리에 불과하다. 지역 사회보다 코로나19 상황에 더 민감한 군부대 특성상 홍보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군견을 분양받을 때 작성하는 인수·인계 증서와 민간분양 합의 계약서. 김주영씨 제공

분양 절차는 꽤 세심하다. 육군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출력,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1차 서류 심사, 2차 전화 심사, 3차 현장실사 심사까지 본다. 마치 입사 시험을 보듯 까다로운 절차를 둔 이유는 은퇴 군견이 악용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육군은 사육 장소와 환경, 신청자의 거주 형태, 사육 경험 등 10가지 이상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 분양자를 선별한다.

분양이 확정된 군견은 번식용으로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받게 된다. 몸 안에 마이크로칩도 삽입한다. 분실되거나 제삼자에게 판매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군견을 입양한 견주는 연 1회 이상 의무 건강검진을 한 후 훈련소에 보고해야 한다.

퇴역 견을 입양하려는 이가 지켜줘야 할 역할 중 하나는 야외활동이다. 현역 시절 혹독한 훈련을 매일같이 했던 만큼 일반 반려견보다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인 이재규 수의사는 지난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군견은 훈련받은 개인 만큼 활동량이 적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운동도 운동이지만 빠른 환경 적응을 위해 야외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마당이 있고 활동 공간이 넓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적절한 운동량이 보장된다는 전제가 있다면 필수 요소까진 아니다”라며 “어떤 반려동물이든 환경보다 사랑과 관심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렇게 똑똑할 수가… 모든 걸 받았죠”

군견에서 퇴역한 벨기에 말리노이즈 ‘유이’와 ‘유천’이의 모습. 2018년 퇴역견을 입양해 돌봤던 조정아씨는 그 퇴역견의 새끼들인 ‘유이’와 ‘유천’이 지난해 퇴역 후 분양 대상에 오르자 지난 2월 육군 훈련소를 통해 입양했다. 조정아씨 제공

실제 군견 출신 반려견과 동행하는 삶은 어떨까. 반려동물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한 이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특별함을 말했다.

국민일보가 만난 퇴역견 분양인 조정아씨는 우연한 기회에 군견에 관심을 갖고 2018년 4월 ‘엠’을 입양했다고 했다. 8살 나이에 퇴역해 조씨 품에 왔던 엠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주인을 잘 따르고 밝은 성격의 개였다고 한다.

엠과의 이별에 슬퍼하던 조씨는 엠이 군견 시절 종빈견(모견)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훈련소에 문의한 결과 엠의 새끼 두 마리도 퇴역을 준비하는 관리견으로 분류돼 있는 것을 알고 다시 입양에 도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한 8살 말리노이즈 ‘유이’와 ‘유천’이다.

조씨는 “엠과 정말 가족같이 지내면서 많은 사랑을 주고받았다. 엠이 낳은 새끼가 퇴역했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 입양을 결정했다”면서 “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엠의 새끼들의 여생을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엠을 집 마당에 묻었는데…. 엠이 자기 새끼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땐 눈물도 난다”고 했다.

육군 군견훈련소 능력 평가에서 탈락해 관리견으로 분류, 민간 분양된 벨기에 말리노이즈 ‘도원이’의 모습. 김주영씨 제공

민간에 분양되는 군견이 모두 퇴역견인 건 아니다. 군견 훈련 능력 평가에서 탈락해 경계 보조견이나 관리견으로 전환돼 분양되는 경우도 있다.

김주영씨가 입양한 말리노이즈 ‘도원’이가 그런 경우다. ‘도원’이는 2살 되던 해인 2020년 11월 분양받았다.

김씨는 아파트 거주자로 군견을 입양한 ‘1호’ 견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체격이 크고 활동성이 높은 군견 특성상 아파트 거주자는 분양 대상자에서 제외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택이 아닌 대신 “산책에 매일 두 시간씩 할애하고 있다”며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 매일 데려가는 등 운동을 자주 시키니 차분해졌다”고 했다.

이어 “워낙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다. 어려운 훈련도 척척 해내고, 진짜 똑똑하다”며 “군에서 지은 이름은 ‘도원’이었지만 함께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좋은일’로 새로 지어줬다”고 했다.

군견을 반려견으로 맞이한 이들은 군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높은 충성도와 친화적인 성격을 꼽았다.

김씨는 “대형견이라 경계하거나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수록 조심스럽게 다가가 애교를 부리며 뛰어오르거나 냄새를 맡고 손을 핥는다”며 “사람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활동성이 높은 만큼 기본적인 생활 여건은 보장돼야 하지만, 특별한 사랑과 관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군견훈련소 관계자는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퇴역한 만큼 관심과 사랑으로 보살펴 줄 수 있는 분들이 입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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