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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인상 두고 오락가락하는 교육부

정상윤 차관 “규제 철폐 공감대”
하루 뒤 “의견 수렴, 협의해 검토 예정”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3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정부 고등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정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 총장 130여명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하루 만에 이를 주워 담는 촌극이 벌어졌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활용한 대학 재정지원에 이어 대학 등록금 인상까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을 정제하지 않은 채 발표해 대학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오후 “대학 등록금 규제 개선과 관련해 교육부는 개선 방향 및 시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문가 및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해명이 나온 이유는 전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 발언 때문이었다. 세미나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33명이 참여한 대형 행사였다. 장 차관은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한 대학 총장의 질문에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정부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느냐를 두고 재정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1~2년을 끌 것은 아니고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대학들은 최근 3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대학을 국가장학금Ⅱ 유형 수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등록금을 아예 올릴 수 없도록 묶어놓은 것이다. 대학들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됐다. 대학들이 인재를 제대로 키우도록 하려면 적어도 법적 한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Ⅱ 유형-등록금 인상 연계’ 정책을 폐기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번번히 거부해왔다.

장 차관의 “(등록금 인상의) 정부 내 공감대 형성” “조만간 결론” 발언은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공개된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Ⅱ 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한다)’고 언급한 내용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장 차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학생·학부모들이 반발했고 하루 뒤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 먼저”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더구나 장 차관의 말과는 달리 정부 내 공감대 형성도 불투명한 상태로 전해졌다. 특히 재정당국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 허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은 이미 정치 이슈이고 대학과 정부, 정치권, 학생·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안인데 단순히 규제 완화로만 접근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며 “교육부의 최근 정책 시그널이 중구난방이라 혼란스러운데 교육 수장이 장기 공석인 점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일단 교육부 조직부터 안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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