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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강력 대응’ 역설 WHO, 비상사태는 유보

전 세계 확인자 4000명 넘어

원숭이두창 환자에게 나타나는 발진 병변.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확산에 대해 최고 단계의 경보를 보류하기로 했다. 아직까진 치명률과 확산 속도 모두 부족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향후 추이에 따라 재론에 부칠 가능성은 열어뒀다.

WHO는 25일(현지시간) 공개한 공식 성명을 통해 현재로선 원숭이두창 유행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2005년 제정된 국제보건규칙에 의거해 지난 23일 소집된 긴급위원회에서 내려졌다.

위원회는 일부 국가에서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일반적 인구집단을 상정했을 때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0.8로 1을 넘지 않는다는 초기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입원 치료를 요하는 수준의 환자는 소수였고, 사망 사례는 면역저하자 한 명뿐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우려의 강도를 낮추진 않았다. 위원회는 아직 원숭이두창의 전파 방식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질병 특성상 접촉자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대응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침해되고 사회적인 낙인이 심화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두창에 대한 면역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할 때 보다 다양한 인구집단으로 유행이 번질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원회는 PHEIC를 발동하지 않았을 뿐 사태가 심각하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뜻을 모았다. 향후 3주간 확산세가 빨라지거나 입원·치명률이 높아진다면 발동 필요성을 다시 평가할 것이란 단서 또한 붙였다. 테워드로스 거버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원숭이두창은) 명백히 진화하고 있는 보건 위협”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WHO의 결정이 다소 의외라고 평가한다. 비록 전파 속도 등은 전혀 다르지만, 코로나19 늑장 대응으로 꾸준히 비판을 받았는데도 정치적 부담을 감수했다는 취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응이 과한 방향으로 흐를까 경계해 더더욱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4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누적 4147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다. 원래 풍토병 지역이었던 아프리카와 이번 유행의 진앙지로 꼽히는 유럽은 물론 아메리카, 아시아까지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싱가포르, 한국에 이어 대만에서도 이날 첫 환자가 확인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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