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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90시간 근무에도 식대 만원뿐…“포괄임금 악용에 과로사 내몰려”

직장갑질119, 악용 사례 공개
“포괄임금 남용, 규제가 먼저”


신입사원 A씨는 근로계약서상 근무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로 명시돼있지만 실제로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30분까지 일하고 있다. 일이 많은 날은 하루 16시간씩 토요일까지 주 6일, 90시간을 일하기도 하지만 A씨가 추가로 받은 건 식대 1만원과 오후 10시가 넘었을 때 지급하는 택시비가 다였다. A씨의 회사는 “연봉에 야근수당이 포함돼 있다”며 ‘포괄임금제’를 내세웠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미 악질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수법”이라며 포괄임금제 등을 악용한 과로 제보 사례를 26일 공개했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기존에 52시간으로 제한된 주당 근무 시간을 월 단위로 바꿔 1주일에 최대 9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한데 현실에서는 포괄임금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며 “사용자가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면서 노동자의 임금체불 진정 과정에서도 실제 일한 만큼의 수당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라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사업장도 있었다. B씨는 연장 근로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자 입사 4년 만에 포괄임금제로 계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제라는 사실이 적혀있지 않았는데, B씨가 산업재해를 신청해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사실확인서에는 ‘포괄’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B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230명의 근로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직장갑질 119는 “악덕 사장이 오른손에 포괄임금제란 칼을 들고 있는데 윤석열정부가 왼손에 ‘주 92시간’이란 도끼를 주려고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 92시간제 도입이 아닌 불법과 편법인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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