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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도 ‘친원전’ 유턴… 한국 ‘차세대원전’에 4천억 쓴다

<1> 에너지 안보 시대 개막

안보, 에너지 패러다임 중심으로
석탄·LNG 대신 원전 재조명
한국은 원전+재생·수소로 가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 세계 에너지 흐름은 ‘격랑(激浪)’에 휩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을 강조하던 유럽 국가들이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는 2023년 서부 유럽의 연간 석탄화력발전 발전량이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13GWh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단기적 움직임과 함께 중장기적 대응도 병행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원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수소 확대 기류도 한층 더 강해졌다. 경제 논리에 치중하던 에너지 패러다임이 ‘에너지 안보’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 세계 에너지 흐름 뒤바꿔
발단은 러시아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천연가스 수출 통제 정책이다. 2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고려하면 이 조치는 치명적이다. 2022년 5월 기준 석탄은 46.7%, 천연가스는 41.1%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 사회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석탄화력발전 강화를 병행하는 전략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국가로 독일이 꼽힌다. 독일은 현재 운용 중인 26GW 규모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을 연말까지 34GW로 8GW(30.8%)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 닫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3월 미국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당장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원전 가치 재조명… 관심 높아졌다
중장기 전략도 병행하기로 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전에 대한 재조명이다. 핀란드 내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당 대회를 열고 2023~2027년 녹색당 공약을 확정했다. 이 내용에는 기존과는 정반대 기조인 ‘친원전’이 포함됐다. 영국도 지난 4월 7일 발표한 ‘영국 에너지 안보 전략’을 통해 원전 확대를 표방했다. 2030년까지 기존 원전 외에 8기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050년에는 영국 내 전력 수요의 25.0%를 충족할 수 있는 24GW 규모의 원전 설비용량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유럽 외 국가에서도 원전은 에너지 안보의 중추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400㎿급 신규 원전 2기 추가 건설 계획을 재가동했다. 러시아도 자국 내 원전 인프라를 더욱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45년까지 최대 16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기준 19.7%인 원전 발전량 비중을 신규 원전 건설로 2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 2월 초소형 원자로 인허가 간소화 법안에 서명했다. 루마니아 국영 원자력기업은 SMR 도입을 위해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프랑스는 체코, 핀란드와 SMR 규제 공동 검토에 협력하겠다고 나섰다.

한국 역시 SMR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기술 면에서 앞서 있는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국정과제에 담았다. 4000억원의 예산을 연구개발(R&D)에도 쏟을 계획이다.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비중이 난제
각국이 앞다퉈 원전 관련 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단기간에 구도가 변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동안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쳐왔지만 화석 연료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장 최신 자료인 2019년 기준 전 세계 연간 발전량의 과반은 화석연료에 의존했다. 석탄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각각 37.8%, 25.9%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비중도 23.2%까지 높아지기는 했지만 급격한 속도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전을 짓는 방법을 택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화석연료 부문만 놓고 보면 비슷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과 LNG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3%, 29.2%로 전 세계 평균치와 비슷한 구도를 보인다. 다만 다른 점은 원전 비중이 타국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연간 발전량의 27.4%를 차지하며 3번째로 비중이 컸다.


에너지, ‘경제’에서 ‘안보’로
각국이 에너지 안보에 무게를 싣는 것도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랑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에너지 안보 확보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미 원전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는 원전을 급격히 높이는 방법이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한국형 에너지 안보에서는 원전뿐만 아니라 다른 에너지원도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 에너지 안보 전략 중 하나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믹스(Mix)’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원전 활용 극대화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세계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인 7.5%에 불과했다는 점을 볼 때 여지가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와 같은 신에너지를 보완책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경제적 측면에서는 화석연료에 못 미치지만 친환경적인 측면이나 에너지 안보 면에서 접근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에경연은 보고서에서 “향후 에너지 공급망 패러다임이 경제에서 안보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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