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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압적 현지심사 그만” 병원들, 심평원 첫 고발 파장

‘갑’인 심평원 상대 형사고발·진정
“의료진 정보까지 불법 수집” 주장
심평원 심사에 대한 불만 폭발 해석도
심평원 “모든 심사 규정대로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 심평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보험금을 노린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골라내기 위한 병원 ‘현지확인심사’ 과정에서 의료진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의료기관이 심평원의 현지확인심사를 문제 삼으며 수사까지 요청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부 의료단체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에 관련 진정서도 넣을 계획이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부산 사하경찰서에 심평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됐다. 고발자는 A한의원이다. A한의원은 고발장에서 “지난달 실시된 현지확인심사 당시 심평원이 심사와 관련 없는 병원 직원들의 개인정보까지 강제로 취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평원은 환자들의 세부 진료내역을 따져 진료비 거짓·부당청구가 발생하면 이를 환수하고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현지확인심사를 진행한다. 심평원 심사 결과에 따라 진료비 삭감이나 환수가 이뤄질 수 있어 의료기관이 ‘갑’인 심평원을 상대로 고발까지 한 건 이례적이다.

의료계는 현지확인심사에 대한 일선 병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고 본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갑자기 심사를 나와서는 ‘(심사 동안 머무를) 병실을 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며 “‘병실은 환자들이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그래도 달라고 해 혹 불이익을 받을까봐 비워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날까지 비우기는 어렵다고 하자 ‘그럼 오늘 중으로 서류를 다 준비하라’는 엄포도 놨다”고 했다.

심평원의 자료 확보 과정이 강압적으로 진행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어떤 자료가 담겼는지도 모른 채로 컴퓨터에 꽂힌 USB를 뽑아가기도 했다”며 “변호사 참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모든 심사는 규정대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악의적이고 일방적인 고발”이라며 “직원 정보는 필요시 요청할 수 있고, 일정상 변호사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강압 심사 의혹 등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현지확인심사 이후 진료비를 산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B의원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보험금 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심평원이 합당한 이유 없이 진료비 1억3000만원을 삭감했다는 게 의원 측 주장이다.

심평원은 ‘입원 환자에 대한 적정관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B의원의 3개월분 진료비를 삭감했다고 한다. B의원 관계자는 “심평원이 한 달 넘도록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아 ‘당직 중 휴게시간을 갖는 간호사를 보고 환자 관리 미흡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추정만 한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환자 상태를 지속해서 관찰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심평원의 감독 업무는 축소돼서는 안 되지만 심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인권침해, 영업방해 등의 부당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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