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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첫 재판… 공수처 “신청 증거, 재판 중 입증”

손준성 측 “이런 증거 신청 처음 봐” 반발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등장인물들.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손준성(왼쪽부터)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이번 의혹의 언론 제보자 조성은씨, 손 검사에게 고발장을 받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재판 첫 준비절차에서 피고인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청한 이 사건 증거들은 입증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반발했다. 공수처가 객관적 증거가 아닌 당시 사회적 상황에 따라 공소사실을 짜 맞췄다는 취지다.

손 검사 측 박사의 변호사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형사소송 규칙에 따르면 증거 신청을 할 때는 입증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 신청 목록에는 ‘공소사실 입증’이라고만 써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조계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증거를 신청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재판부에 신청한 증거는 그 목록만 250쪽에 달하고 총 내용은 4만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측은 법정에서 “입증 취지를 자세히 적지 못한 것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재판부의 증거 판단을 형해화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어 “공수처가 어떤 취지로 증거를 신청했는지 밝히거나, 재판부가 원칙에 맞게 기각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인 말씀 자체가 틀리지는 않기 때문에 공수처에서도 형사소송 규칙에 따라 공소 취지를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손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 범여권 인사를 표적으로 한 1·2차 고발장을 작성한 뒤 이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미래통합당은 같은 해 8월 문제의 고발장과 비슷한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권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야당 측에 고발을 사주했다고 본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율우의 이정민 변호사는 “피고인은 고발장 관련 자료를 김 의원에게 전송하거나 공모한 일이 전혀 없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사건 1·2차 고발장이 선거 전에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 행위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변호사는 “백 번 양보해 (공모 행위가 있었다 해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공무상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고발장 자료 전달은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측은 “포렌식을 통한 객관적 증거에 의해 피고인이 1·2차 고발장 등을 직접 전송한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며 “이는 공수처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포렌식 결과에서도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법원은 선거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불문하고 행위 자체 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처벌한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손 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 검사와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 의원 사건이 검찰 계류 중인 상황에서 기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재판 기일을 2개월 뒤인 8월 29일로 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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