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사세요”… 딸과 친구 성폭행범의 ‘막장’ 편지


중학생 딸과 친구를 성폭행해 2명 모두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한 의붓아버지가 최근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자신을 일찍 구속해야 했다’며 오히려 경찰 등 사법기관을 탓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의붓아버지 A씨는 친구 유족 측에 보낸 편지 형식의 손해배상 민사소송 답변서에서 ‘죽어서도 속죄하겠다’면서도 ‘자신을 일찍 구속해야 했다’며 사법기관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편지 형식으로 작성한 총 35장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SBS 화면 캡처

A씨는 답변서에서 ‘경찰과 사법기관이 비판과 비난을 먼저 받았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됐다’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파렴치한 놈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범행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해놓고 오히려 유족에게 억울한 심정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유족에게 ‘남은 자식을 바라보며 살아라’ ‘너무 조바심내면 힘들어지니 흘러가는 대로, 바쁘게 살아야 딸 생각이 안 날 것’이라며 황당한 조언도 했다.

A씨는 유족에게 자신이 출소할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적었다. 이를 두고 범죄심리 전문가는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유족을 향한 경고성 협박이라고 분석했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김태경 서원대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듣기에 따라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찾아갈게’일 수도 있다. 진짜로 자식을 잃으면 그 비통함이 어떤지에 대한 한 자락의 공감도 없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애들이 죽은 거야. 애들을 죽게 만든 건 날 좀 더 빨리 자백하게 만들지 못했던 무능한 경찰과 검찰의 문제거든’ 이런 주장을 하는 거다. 지금 되게 섬뜩하다”라고 했다.

답변서를 받아본 유족 측은 “자기의 잘못으로 인해 이 모든 사달이 난 건데, 재판장님한테는 반성 후 사죄를 올리지만 피해자 가족한테 진짜 일말의 진심 어린 사죄 한마디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지난 6월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징역 25년은 지나치게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