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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살세툰] 절망한 농부를 구한 ‘구해줘 옥수수’

장마가 시작되기 전 먹어야 하는 제철 작물이 있습니다. 높은 당도와 아삭아삭한 식감이 특징인 ‘초당 옥수수’ 인데요.

오늘의 아살세툰은 사기 피해를 본 옥수수 재배 농가를 돕기 위해 ‘구해줘 옥수수’ 이벤트를 벌인 과일가게 사장님 이은주(42) 씨 이야기입니다. SNS에 자발적으로 판매 글을 공유하며 농가 돕기에 힘을 보탠 네티즌들도 주인공이죠.

어떻게 1주일간 5000건 이상 판매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요. 이 씨를 취재했습니다.
SNS에 공유되었던 '구해줘 옥수수'와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씨 부부

농부는 보통 제철 작물을 수확할 때면 상인들과 계약을 합니다. 그런데 일부 상인들이 여러 농가와 구두 계약만 한 뒤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래서 제때 작물을 팔지 못한 농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답니다.

제주도에서 초당 옥수수를 키워낸 농부 A 씨도 이런 사기를 당했습니다. 옥수수를 계약한 상인이 잠적하는 바람에 A 씨는 큰 피해를 보게 되었죠. 이를 보다 못한 이 씨가 나섰습니다.

버려질 위기에 처한 옥수수가 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나 좀 구해줘”라고 말하는 것 같아 ‘구해줘 옥수수’로 상품명을 정했습니다. 사실 바쁜 수확 일정에 직관적인 이름과 투박한 홍보 말고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고 합니다.
판매되었던 초당옥수수의 수확 전과 배송 전 모습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작물 특성상 비를 맞으면 당도가 떨어지고 벌레가 생기기 때문에 장마 전에 수확과 배송을 끝내야 했죠. 피해 농가에 도움을 주겠다고 결심한 건 지난 20일,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은 옥수수가 모두 팔릴 때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피해당한 농가의 사정과 함께 판매 주소가 SNS에 공유되며 하룻밤에 이천오백 건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규모의 판매업체에 이 정도 주문 건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숫자라고 합니다. 기적은 이뿐만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예정되어 있던 장마가 내리지 않아 품질 좋은 초당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죠. 이 씨는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씨가 피해당한 농가를 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월, 병으로 죽은 아들의 상을 치르느라 천혜향을 제때 판매하지 못한 할머니를 도운 적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의 상을 치르자마자 천혜향을 수확하느라 판매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이 씨는 “농부는 부모의 제사 중에도 농사를 지어요”라며 “자연은 인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농부의 일이 귀한 이유는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때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죠.

이 씨는 “사실 이런 장사는 이윤이 거의 없고 심지어 손해 볼 위험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착한 판매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이 경우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고 농부도 제값에 자신의 수확물을 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씨는 옥수수가 모두 팔렸을 때 보였던 농부의 웃음에 큰 뿌듯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구해줘 옥수수’의 기적을 통해 ‘한국인의 정’을 느꼈다는데요. 앞으로도 더 많은 농부의 작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는 이 씨의 열정과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아살세툰은 국민일보의 따뜻한 기사인 '아직 살만한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담는 일요일 연재물입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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