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타인은 정말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일까.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공존하는 건 아닐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공포 스릴러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2019)가 두 번째, 세 번째 시리즈까지 왔다. 원래 시리즈화는 계획에 없었다. ‘타지옥’이 많은 사랑을 받자 김용키 작가는 두 번째 이야기인 ‘관계의 종말’(2020)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4월 ‘악몽의 형상’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타지옥’은 주인공 종우가 고시원에서 수상한 이웃들로 인해 겪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뤘다. 일상 공간인 고시원에서 이웃이 위협적 존재로 다가오고, 그 안에서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공포감을 줬다. ‘관계의 종말’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규헌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폭주하다 고시원 일당에게 비참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다.


두 작품이 공포 스릴러에 초점을 뒀다면 ‘악몽의 형상’은 수사극의 묘미를 추가했다. 고시원 연쇄 살인 사건을 겪고 9년을 힘겹게 보낸 종우가 규헌의 여자친구 다은과 고시원 사건의 잔당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제목인 ‘악몽의 형상’은 폭력의 잔상을 의미한다. 종우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고시원 사건의 트라우마로 환영과 환청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세 작품은 모두 컬러감이 없다. 흑백의 장면들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주인공들의 외모에서는 광대나 눈 등 특정 부분을 강조하며 인물의 섬뜩한 면을 부각한다. 김 작가는 30일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공포 스릴러 장르는 사람의 어두운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고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악몽의 형상’에서 4년여간 이어온 ‘타지옥’ 세계관의 끝을 맺을 계획이다. 김 작가는 “이전 작들은 타인들과 어쩔 수 없이 마주하며 겪게 되는 폭력과 트라우마의 발현을 다뤘다면 ‘악몽의 형상’은 전작의 두 주인공이 어떻게 폭력의 경험들을 벗어날 수 있게 되는지, 나중에는 악몽에 완전히 잡아먹혀 버리는지에 중점을 두고 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모든 게 불확실한 전개가 특징적이다. ‘타지옥’에선 고시원 이웃들의 이상한 행동이 주인공의 단순한 착각인지 헷갈리도록 이야기를 풀어갔다. ‘악몽의 형상’에선 주인공들이 쫓는 고시원 살인 사건의 잔당은 과연 실체가 있는지,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허상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폭력의 기억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흔들어놓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김 작가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공을 들인다. 읽는 사람이 섬뜩함, 두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몰입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타지옥’을 연재할 땐 공포 스릴러 장르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참고했다. ‘관계의 종말’에서는 ‘13일의 금요일’ ‘스크림’과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 ‘악몽의 형상’은 수사극 형식이어서 추리물을 찾아봤다고 했다.


‘타지옥’은 2019년 OC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며 더 인기를 얻었다. 김 작가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나머지 두 작품도 영상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앞으로 어떤 장르를 그려보고 싶은지 묻자 “뭘 하든지 ‘공포’라는 코드는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공포 스릴러만큼 ‘고지라’ ‘클로버필드’ 같은 괴수물, ‘에일리언’ 같은 크리처물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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