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아우디를 잃었다…“다른 계좌 재송금 안돼” [검은 사기]

중고차 3자 사기 지난 5~6월에도 발생
차 팔라 접근→ “돈 적게 보냈다” 송금 요구→돈 받고 잠적
끊이지 않는 중고차 거래 피해, 막을 방법은

A씨 등을 상대로 지난달 초 중고차 3자 사기 범행을 저지른 김모씨가 A씨 사무실 앞 CCTV에 포착된 모습. 김모씨는 장모씨로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법률적인 문제로 얼굴은 흐리게 처리함. 피해자 제공

A씨는 지난달 2일 SK엔카에 아우디 A6 차량을 49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딜러라고 소개하는 장모씨와 7일 A씨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장씨는 차량 매입에 앞서 성능 검사가 필요하다면서 성능검사장으로 차량을 탁송한 후 카페에 가 있자고 했다. A씨는 의심이 들어 성능검사장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고 전화도 했다. 차량 예약이 확인된다고 해서 A씨는 탁송에 동의했다.

A씨는 사무실에서 장씨와 만난 후 탁송기사가 차를 가져가는 것을 함께 확인했다. 돈을 받기 전 차량을 먼저 보냈지만 장씨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A씨는 장씨에게 아버지의 중고차 처분과 관련된 일도 상담했다. 장씨는 자신의 소속 업체 대표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상담을 도와주기도 했다. 장씨는 중고차 거래 과정과 관련한 지식이 많았고 A씨도 거래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했다.

2시간가량 흐른 후 장씨는 성능검사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송금된 금액은 3400만원이었다. A씨가 금액이 적다고 따지니 정산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고 했다. 다른 K7 차량과 금액이 바뀌었고 K7 차주에게 4900만원이 입금됐다는 설명이었다.

장씨는 A씨에게 돈을 송금한 ‘◯◯모터스’를 협력사라고 설명했다. 전산을 바로 잡으려면 3400만원을 자신이 불러주는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를 신뢰한 A씨는 자신의 사무실까지 직접 찾아오고 중고차 상담도 해준 그가 사기꾼일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A씨는 3400만원을 ‘김모씨’ 계좌로 송금했다. 장씨는 곧 송금이 다시 될 거라면서 급한 전화가 와서 받겠다고 했다. 계속 전화통화를 하면서 상담을 도와줬던 터라 A씨는 별 의심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씨는 그대로 달아난 후 잠적했다.

대담하게 얼굴 보인 후 범행… BMW 등 고가 외제차 차주 피해

A씨가 당한 사기 수법은 중고차 거래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을 노린 ‘중고차 3자 사기’다. 중고차 거래와 관련해 해박한 지식을 드러내면서 속이는 탓에 딜러를 신뢰한 피해자들은 홀린 듯 거액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중고차 3자 사기는 사기꾼이 직접 매도인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매도인에게 직접 접근해 안심시킨 후 차량과 금액을 함께 빼돌리는 사기 범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또 다른 사기꾼 B씨(29)는 카니발, G80, BMW, 렉스턴 등 소유주 11명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가 덜미가 잡혔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는 B씨에게 지난달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국민일보 2022년 6월 24일 온라인 보도 참조). 사기 액수만 3억 5000만원이었다.

A씨가 최근 당한 사기도 청주지법이 판결을 내린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기 패턴과 대담하게 직접 피해자 앞에 나타난다는 것도 같다. 중고차 거래에 익숙해 매도인과 실제 매수인인 중고차 상사를 모두 속여 넘긴 것이다.

앞서 덜미를 잡힌 B씨의 경우 모두 11명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는데 장씨의 범행도 피해자가 최소 4명 이상이다. 모두 외제차인 아우디 A6, 아우디 Q7, 벤츠, BMW가 범행 대상이 됐다.

대포폰에 사원증도 명함도 이름도 모두 가짜

중고차 3자 사기를 저지른 김모씨가 사용한 사원증과 명함. 김씨가 명함 등에 사용한 이름은 가명이었고 사원증과 명함도 가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힌 전화번호는 대포폰이었다. 피해자 제공

이 같은 사기의 경우 차량을 탁송하지 않았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Q7 피해자 C씨는 돈이 적게 들어와 차량을 주지 않겠다고 버텼고 장씨는 ‘내일 다시 계약하자’며 돌아갔다고 한다.

이후 장씨는 차를 사지 않을 테니 돈을 돌려달라며 ‘김모씨’ 계좌를 댔다. C씨는 돈을 김씨 계좌로 보냈고 사기꾼은 돈을 챙기고 잠적했다. C씨와 실제 돈을 보낸 중고차 상사 간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해자에게 “X맛탱” 조롱하기도

사기 범행을 저지른 김모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피해자 제공

C씨는 장씨에게 “얼른 돈을 (중고차 상사에) 돌려줘라. 인생 끝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장씨는 문자를 피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되레 “X맛탱구리 JMT(아주 맛있다는 뜻의 비속어)”라며 피해자를 조롱했다.

피해자들은 장씨를 고소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장씨는 범행 과정에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사원증과 중고차 상사 명함도 제시했는데 조합에서는 장씨 같은 딜러는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장씨는 가명이었고 돈을 전달받은 계좌주 ‘김모씨’가 사기꾼의 실명이었다. 경찰은 김씨의 신원을 특정해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대부분이 지난 5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피해를 보았는데 같은 방식의 범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쪽 첫번째 두번째 자동차 양도증명서는 지난달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기꾼 B씨(29)가 사용했던 것. 맨 아래 양도증명서는 최근 김모씨가 저지른 범행에서 사용된 위조된 양도증명서. 양도증명서의 매도 일련번호가 모두 일치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조직적 범행을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 제공

피해자들은 청주지법 사건과 최근 발생한 사건이 같은 일당들이 저지른 것 같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앞선 사건에서 사용된 조합용자동차양도증명서의 일련번호는 ‘인천 31-18-709667’이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형식의 문서가 사용됐다. 이 문서는 위조된 문서였다.

가명을 사용한 김씨는 소속 업체 대표라고 하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거래를 진행했다. 앞서 구속된 B씨의 경우도 피해자들이 B씨에게 전화하면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경찰에 공범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 3자 사기는 중고차 거래에 익숙하지 않으면 홀린 듯 사기를 당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거래형태가 다양할 수 있고 매도용 인감증명서만 있으면 실제 매수인이 차량 이전 등록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 매수인도 차량 매도인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매도인은 딜러가 직접 차를 보러 왔다는 사실 때문에 딜러를 믿고 거래하다 사기를 당한 것이다.

돈 적게 보낸 후 다른 계좌로 재송금 요구 시 100% 사기

중고차 거래 유형은 매매 상사 등에 따라 방식이 달라 일반인들이 헷갈리기 쉽다. 사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돈을 모두 받은 후 차량과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적게 들어왔는데 돈을 보낸 계좌와 다른 계좌로 다시 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런 요구의 경우 100% 사기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한다. 사기꾼들은 돈을 다른 계좌로 다시 받아야 하는 이유로 세금이나 착오송금, 전산처리 등의 이유를 대는데 모두 사기를 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블로그를 통해 중고차 사기 피해에 대해 상담하는 태영모터스 김원진 팀장은 “중고차 상사는 돈을 적게 보내면 추가 금액을 송금하지 딜러에게 다시 보내라고 하지 않는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계약했던 금액을 모두 받은 후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딜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선 거래 전 딜러로부터 조합 사원증과 명함을 달라고 하는 게 좋다. 이후 전국매매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www.carku.kr),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www.kuca.kr) 등에서 딜러의 소속을 확인할 수 있다.

명함에 사무실 전화번호가 찍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사무실에 전화를 해봐도 된다. 다만 지역마다 매매 조합이 달라 각 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직접 전화로 확인해야 하는 때도 있다. 시청 등에 중고차 민원으로 지부 소속 딜러가 맞는지 요청해 확인할 수도 있다.

딜러가 현장에 직접 오지 않는 경우라면 이름이 알려진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하는 것도 좋다. 중개업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계약 금액을 정상적으로 모두 받은 후 차량을 보내고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건네야 한다.

탁송으로 차를 먼저 보내는 거래는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어 피하는 게 좋다. 돈이 오가기 전에 성능을 보고 싶다고 하는 경우 딜러와 함께 성능장을 가서 사고 여부를 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13년간 중고차 거래를 해온 SK V1모터스 김현 딜러는 “탁송으로 차부터 보내는 방식은 중고차 3자 사기 위험에 크게 노출된다. 이런 방식으로는 거래하지 않는 게 정답”이라며 “개인 거래를 할 때는 구청, 시청에 마련된 자동차 민원실에서 만나 거래를 진행하는 게 좋다. 딜러를 통한 거래라면 꼭 해당 딜러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돈을 적게 받았는데 딜러가 돈을 다른 계좌로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절대 응하지 않아야 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시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 차량 명의 이전부터 막아야 한다. 김원진 팀장은 “차를 먼저 중고차 상사에 보낸 경우라면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지역 중고차조합에 차량 이전을 막아달라고 하면 이전 등록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돈을 송금해 사기 피해를 봤다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신분 확인을 위한 증거 수집을 해야 한다. 김 팀장은 “대부분 주차장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CCTV가 있는 카페, 구청 등에서 거래를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검은 사기’는 교묘한 수법으로 서민들을 울리는 각종 사기 사건을 파헤칩니다. 중고거래, 자동차, 전세, 금융, 보이스피싱 등 사기를 당하신 피해자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자 이메일로 피해 사례를 제보해주세요.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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