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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직전 ‘철로 이상’ 신고에도 감속 지시조차 안해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신고 접수사항 확인


지난 1일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발생한 SRT 열차 탈선 사고 발생 직전 선행 열차로부터 ‘철로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관제원을 통한 감속이나 주의 운전 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감속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다행히 대형 참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초 KTX-산천 탈선 사고에 이어 고속철 탈선사고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조사를 하고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 1일 사고 발생에 앞서 해당 선로를 지났던 선행 열차로부터 신고가 접수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사고가 난 선로는 고속철 전용 선로가 아닌 일반 선로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 열차가 해당 선로를 지나기 전 선행 열차에서 사고 지점을 지날 때 열차가 흔들리는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신고했다. 하지만 사고지역 인근의 대전조차장역에서는 이후 SRT 열차에 감속이나 주의 운전 등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지난 1일 오후 3시 21분 부산발 수서행 SRT 338호 열차의 탈선 사고로 승객 11명이 다쳤다. KTX와 SRT 등 고속열차 14대 운행이 취소되고 열차 운행이 최장 5시간 26분 지연되는 등 철도 이용객 불편도 컸다.

철도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선로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제 당국은 사고 위험을 줄이도록 후행 열차에 감속 및 주의 운행을 지시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전조차장역에서 이상 징후 신고를 접수한 뒤 보고와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가 조사 대상”이라며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를 가리고 관제체계 보완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열차 운행 중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기관사가 즉시 감속할 수 있도록 철도관제체계를 정비하도록 지시했다.

철도 업계에서는 최근 기온 상승으로 인한 레일(궤도) 변형 등 선로 관리상의 문제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통상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 레일 온도가 상승하면서 레일이 늘어나거나 뒤틀려 열차 탈선 위험이 커진다. 국토부는 차량 정비 불량 등 다른 가능성도 열어두고 사고를 조사하고 있다.


고속철 탈선 사고는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KTX-산천 열차가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바퀴가 부서지면서 탈선, 승객 7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고속철 탈선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부는 당시 사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고 열차와 차종이 같은 열차에 대해서 바퀴를 전부 교체하고 현재 코레일 등 운영사가 맡는 열차 정비에 열차 제작사도 참여토록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고속철 안전 관리에 또 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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