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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위협하는 경제 위기? 중소기업은 사람 못 구해 난리

‘일자리 미스매치’ 코로나19 겪으며 심화
지난해 2분기 미충원 인원 11만명가량
인구 감소에 중장기 해법도 요원…어쩌나


경기도에 본사를 두고 건물용 펌프 제조업을 영위하는 A사가 지닌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코로나19에도 부동산 활황 덕분에 국내·외 매출이 매년 최소 10% 이상 상승세지만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A사 평균 연봉은 지난 5월 기준 4000만원에 달한다. A사 고위 관계자는 2일 “학력 등 ‘스펙’도 안 보겠다며 구인에 나섰지만 이력서를 내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네이버 제2 데이터 센터 건설 현장에 참여하는 업체들도 비슷한 한숨을 내놓는다. 하도급사인 B사는 공사 기간에 차질을 빚을까봐 전전긍긍이다. 임금에 웃돈을 준다고 해도 힘 쓸 ‘젊은 사람’을 구할 방도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B사는 민간 구인·구직 사이트로는 힘들겠다 싶어 고용노동부 소속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통해 알선하는 방법까지 고민 중이다. B사 고위 관계자는 “사람 구하는 게 제일 큰 일”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일자리 미스 매칭’이 중소기업 현장을 옥죄고 있다. A·B사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이고 구직자들은 만족스러운 직장이 없다며 한숨을 쉰다. 평행선을 달리는 구인·구직 시장 여건에 기업 미충원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10만명을 웃돌았다. 규제 개혁만으로는 중소기업 현장 애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3일 통계청 코시스(KOSIS)의 사업체노동력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5인 이상 사업장의 ‘미충원 인원’은 10만8695명으로 집계됐다. 미충원 인원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대비 충원하지 못한 수치를 말한다. 미충원 인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2020년 1분기만 해도 5만7329명이었던 미충원 인원은 같은 해 2분기(6만1822명)와 지난해 1분기(8만125명)에도 수직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가 지난해 2분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직업능력(직능) 수준별로 다른 상황이 읽힌다. 단순·반복·육체 노동이 속하는 직능 1수준과 읽고 쓰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직능 2수준, 전문지식과 복잡한 과업 수행 능력을 갖춘 직능 3수준에 속하는 미충원 인원 비중이 전체의 98.9%를 차지한다. 특히 직능 2수준 미충원 인원 비중이 지난해 2분기 기준 60.8%로 가장 크다. 대졸 이상 학력에 이해·창의력을 요구하는 직능 4수준의 미충원 인원 비중은 1.1%에 그치는 것과 대비된다.

복합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영세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첫 요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청년(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직능 1~3과는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 이 요인에 코로나19가 겹쳤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충원 인원을 더 늘렸다. 중장기 개선 방안 마련도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인구 자연 감소가 3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자리에서 “현장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규제 완화를 공언했다. 하지만 추 부총리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법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못 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가는 “정부 지원과 대기업의 상생협력, 자체적인 혁신을 통해 생산성 높여 중소기업 임금·복지를 끌어올리는 것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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