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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빼돌린 코인 차익?… 수천억, 수상한 외환거래

반도체칩, 금괴 사는 데 수천억?
금감원, 비정상 거래 흐름 검사
“중국계 자본 등 의혹 확인 안 돼”


우리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에서도 거액의 수상한 외환거래 신고가 접수되면서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다른 시중은행에도 의심스러운 외환 거래 내역이 있는지 점검할 것을 요구했다. 추가로 불법 외환거래 정황이 드러날 경우 대대적인 은행권 검사가 실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스터리의 발단은 서울의 한 우리은행 지점에서 최근 1년간 8000억원 규모의 비정상적 외환 거래가 확인된 것이었다. 우리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상 거래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오는 8일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지점에 대해선 지난달 30일부터 금감원 검사가 시작됐다. 신한은행 지점의 이상 외환 거래 규모는 8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두 은행 건 모두 정상적인 외환 거래로 보기 어렵다. 금융시장에선 일부 시중은행이 대규모 중국계 자본의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쳐 거액을 세탁한 뒤 해외 법인에 송금해 빼돌렸다는 시나리오다.

특히 우리은행을 통해 복수의 국내 법인이 복수의 외국 법인으로 송금한 8000억원 대부분이 반도체칩과 골드바를 사는 데 쓰인 점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거액의 송금이 이례적으로 시중은행 한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수입 대금 서류를 위조했을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만약 국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 시중은행이 열어준 계좌가 돈 세탁 용도로 활용됐을 경우 금감원 검사는 확대될 전망이다. 의심스런 외환 거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제때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못한 은행에는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 한 업체는 2017년 10월부터 4개월간 KB국민은행을 통해 604만 달러를 55차례 해외로 송금했다. 이 업체는 암호화폐의 국내외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을 얻기 위해 가짜 물품 결제 서류 등을 만들어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과징금 312만원에 과태료 7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자금세탁 등 금융시장 교란 행위를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금감원은 지난달 16일 중국은행의 서울 지점 직원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1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5월에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송금할 경우 신고를 하도록 한 외국환거래 규정 등을 위반한 하나은행에 대해 과징금 4990만원 등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다만 이번 금감원 검사가 강도 높은 제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중국계 자본 개입 여부나 국내 코인 거래소를 통한 돈 세탁 의혹에 대해선 현재까지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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