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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로만 공공기관 구조조정… ‘억대 임원급여’ 그대로

기관장 평균 연봉 1억8072만원
‘지침 개정’ 없이는 연봉 못 낮춰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한 정부가 이달 발표하는 공공기관 혁신안에 임원 급여와 관련한 내용은 쏙 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고연봉 공공기관장에 자진 반납을 주문했지만 이를 강제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혁신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 혁신안을 발표한다. 혁신안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담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각 부처에 전달될 예정이다. 자산, 인력, 조직, 기능 등 전반적 혁신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원 급여를 조정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임원 급여보다는 인력·조직 혁신 방안과 불필요한 자산 관련 대책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50개 공공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 8072만원이다.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기관장은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으로 4억3698만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은행(4억2326만원), 한국투자공사(4억2286만원), 수출입은행(3억9775만원)의 기관장도 비교적 고액을 받았다.

정부는 절차상 이유로 공공기관장 연봉 개혁이 혁신안에서 빠졌다고 설명한다. 기관장 연봉은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결정되는데 올해분은 지난해 이미 기관장 보수지침과 예산 운용지침에 따라 이미 결정된 상태다. 이를 바꾸려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의결을 통해 지침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고연봉 임원진의 연봉 반납’도 지침 개정 없이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 반납 외에 급여 반납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담는 가이드라인에서 올해 예산을 핑계로 대는 것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장 연봉 개혁이 공무원 연봉 개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혁신에 소극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 보수지침은 공공기관장 기본 연봉을 소속 부처 차관 연봉에 연계해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혁신이 정부 급여체계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새롭게 임명할 예정인 ‘내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시각도 있다. 알리오에 따르면 71곳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자리가 이미 공석이거나 올해 안에 임기가 끝난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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