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로타 추측’ 증명 허준이, 韓 최초 필즈상 수상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5일(현지시간)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연합뉴스

한국계 미국인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수상했다. 한국 수학자로는 처음이다. 이전까지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이 상을 받은 적은 없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열린 2022 국제수학연맹 시상식에서 허 교수 등 4명을 2022년 필즈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허 교수 외에 마리나 비아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수상자로 선정됐다.

허 교수는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과 ‘로타 추측’(Rota Conjecture)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필즈상 선정 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 교수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수기하학은 원의 방정식처럼 기하학적 대상을 식으로 이해하는 학문, 조합론은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학문이다.

카를로스 케니그 국제수학연맹 회장은 “허 교수는 매우 다른 두 분야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에서 교차점을 찾아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런 발견은 잘 나오지 않으며 조합론 연구로 필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필즈상은 IMU가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새로운 수학 분야를 개척한 만 40세 이하 젊은 학자 2~4명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학계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수학계에서는 필즈상에 나이 제한이 있는 데다 4년에 한 번 수상하는 만큼 노벨상보다 받기 더 어려운 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1983년생으로 올해 39세인 허 교수는 이번이 수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허 교수가 지난해 옮긴 프린스턴대는 필즈상 유력 후보자를 선제적으로 영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생한 허 교수의 국적은 미국이다. 그는 서울 방일초등학교, 이수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생 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봤다고 한다. 허 교수는 2007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학위를, 2009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향한 허 교수는 2012년 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 시절 50년 가까이 지구상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했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문제다.

또 동료 둘과 함께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도 풀어냈다. 조합론 문제는 중고교 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경우의 수’를 푸는 문제다.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의 수를 따져 해답을 찾는 것이다. 허 교수는 직선이나 타원, 쌍곡선을 분석하는 대수기하학을 접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허 교수는 이 공로로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2017)과 ‘뉴호라이즌상’(2019)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로타 추측은 1971년 미국 수학자 잔 카를로 로타가 제시한 난제다. 작년엔 국내 최고 학술상인 호암상도 받았다.

그는 지난해 프린스턴대에 부임하기 직전까지 6년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장기 연구원과 방문 교수로 있었다. IAS는 아인슈타인 등 세계 최고 지성이 거쳐 간 곳이다. 2020~2021년엔 스탠퍼드대 교수로도 있었다. 한국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이기도 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