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으로 목욕차가 다시 갑니다… “이 더위에 여기서 그나마 씻는다”

재개한 이동목욕차 현장 가보니
노숙인 등 길게 줄 서 대기
“좁은 집보다 이곳이 더 편해”

한 주민이 5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앞의 이동목욕차를 이용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한결 기자

지난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앞에 세워진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차량으로 영등포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 최영민(45)씨가 다가갔다. “선생님 별일 없으시죠?”라고 묻자 안에서 “나 이제 나가”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차량에는 ‘찾아가는 이동목욕차’라는 글이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목욕차 문이 열리자 뜨거운 김이 밖으로 훅 빠져나왔다. 혹시나 이용자들이 찬물에 목욕을 했다가 감기에 걸릴까봐 여름에도 보일러를 돌렸기 때문이다. 목욕차에서 나온 이형남(61)씨에게 최씨가 다가가 “잘 마쳤냐”고 묻자 이씨는 “더 있고 싶었는데…”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던 이날 영등포역 근처 쪽방촌 앞에는 목욕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로 붐볐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은 다시 찾아온 이동목욕차를 이용하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뜨렸다. 오후에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한 사람 당 길게는 40~50분을 기다려야 했다.

“아줌마, 왜 먼저 안 들어갔어.” 목욕차 앞 간이 의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노숙인 이모(67)씨에게 전갑순(76)씨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이씨는 본인보다 늦게 온 하길영(57)씨에게 순서를 양보한 후 대기하던 중이었다. 이씨는 “똑같이 더운데 그거 먼저 들어가겠다고 실랑이하면 땀만 나지”라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이씨는 거의 매일 목욕차를 이용하고 있다. 목욕차 서비스가 중단됐을 때는 공중화장실에서 수건에 물을 묻혀 몸을 씻어야 했다. 그는 “여자 노숙인들은 어디 가서 씻을 곳도 없는데 이 여름에 목욕차를 다시 (운영)한다고 하니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뒤에서 “선생님, 옷 내리세요”라는 직원의 안내가 들렸다. 이씨의 양보로 먼저 들어간 하씨가 15분 만에 목욕을 끝내고 상의도 내리지 못한 채 허겁지겁 문을 열고 나오던 차였다. 하씨는 “사람들이 기다리잖어”라고 답했다. 그는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뭘 이런걸 주냐”는 직원의 손사래에도 하씨는 직원 팔 사이에 캔커피를 끼워 넣었다. 하씨는 경기도 수원의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용직 일을 구하기 위해 전철을 타고 서울을 오가는데, 이때마다 일부러 이곳에 들러 목욕을 하고 간다. 그는 “집보다 여기서 더 편하게 씻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소유의 이동식 목욕차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운영과 중단을 반복하다 지난해 7월부터 아예 중단됐다. 이후 지난 5월 17일 재개됐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과 서울역 앞에서 2대를 운영 중이다. 날이 무더워지면서 이용자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준비한 물 600ℓ가 2시간 만에 동나기도 했다. 영등포구는 폭염으로 이용객이 늘 것에 대비해 공중화장실 등에서 급수하도록 장비도 교체했다.

박기웅 영등포노숙인종합지원센터 부장은 “(이동식 목욕차는) 다른 사회복지 지원을 권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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