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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회사들 ‘바다 위 발전소’에 눈을 뜨다 [스토리텔링경제]

‘부유식 해상풍력’에 주목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NG-16000X’ 디자인 조감도. 대우조선해양 제공

울산항에서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해역에 동해가스전이 있다. 올해 생산을 종료한다. 하지만 동해가스전 플랫폼은 생산을 끝낸 뒤에도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시험 무대로 다시 쓰인다. 2030년까지 9GW급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GIG-TotalEnergies(귀신고래1·2·3호), 에퀴노르(반딧불), CIP(해울이1·2·3), 쉘-코헨스헥시콘(문무바람1·2·3), KWF 등의 5개 민간투자회사가 11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 동서발전이 에퀴노르와 구성한 컨소시엄은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벌인다.

친환경 발전의 형태인 ‘부유식 해상풍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다 위에 발전기를 띄워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어디에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이 ‘바다 위 발전소’에 눈독을 들인다. 발전기를 띄우는 부유체, 해상픙력 발전기 설치 선박, 반잠수식 해양플랜트 등의 기술이 집결하기 때문에 경쟁력도 있다.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진다.

해상풍력 발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0년 30GW에 불과했던 세계 해상풍력 설치 용량은 2030년 228GW, 2050년 1000GW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는 유럽에서 주목하는 분야다. 윈드유럽(WindEurope)은 2050년까지 유럽에 설치되는 해상풍력 터빈의 3분의 1이 부유식이라고 추정한다.

한국 조선업계는 발 빠르게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5㎿급 부유체 모델을 개발하고, 현재 선급 승인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9.5㎿급 대형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을 따냈다.

현대중공업도 15㎿급 부유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급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을 개발해, 한국선급의 기본승인 인증을 받았다. 현재 제주도 앞바다에서 8㎿급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이면 관련 설비들이 실제로 설치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분야에서 기술력을 뽐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과 12월에 모나코의 해상풍력 건설사 에네티로부터 WTIV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 WTIV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풍력터빈을 설치할 때 필요한 선박이다. 척당 가격이 3000억~4000억원에 이른다.


조선업계가 해상풍력에 앞다퉈 뛰어드는 건 한국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이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발전은 크게 고정식과 부유식으로 나뉜다. 고정식 발전은 해저 지반에 고정한 기초 위에 터빈을 설치한다. 수심 60m 이상이면 설치가 어렵다.

반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은 바다 위에 발전기를 띄워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수심이나 해저 지형에 관계없이 바다 곳곳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부지를 매입할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육지에서는 풍력 발전을 위한 입지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이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반잠수식 해양플랜트(원유생산 설비 등)와 비슷한 구조물이라 조선사들의 다양한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선사들 뿐만 아니라 에너지 기업들도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공모한 ‘8㎿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8㎿급 모델의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계 해상풍력 성장전망. 출처 : 세계풍력발전협회(GWEC)

그러나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한계도 뚜렷하다. 당장 어업인을 포함하는 지역 사회의 반대 등으로 한국에서 해상풍력 사업의 성장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더디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누적 발전량 기준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풍력발전에서 중국은 약 38.5%(발전량 기준 285.8GW)를 차지하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달리 한국의 발전량은 1.64GW로 전 세계 발전량에서 비중이 0.2%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민간 기업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려면 정책 지원이 꾸준해야 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인 지난달 2일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은 울산의 관점에서 볼 때 실질적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서 실현 가능성과 울산에 이익이 되는지 철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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