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여장하고 탈출’…살해 위협 신고에도 총기 구매


미국 일리노이주 하이랜드파크 총기 난사범 로버트 크리모 3세(21)가 과거 살해 위협과 자살 기도로 경찰과 접촉했던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후 아무런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여러 개의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모 3세는 범행 후 탈출을 위해 여장을 하는 등 수 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크리모 3세는 2019년 4월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해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접촉을 했다. 또 그해 9월에는 가족 중 한 명이 ‘크리모 3세가 칼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신고를 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크리모 집에서 장검, 단검 등 칼 18자루를 압수했다고 한다.

코벨리 대변인은 “경찰은 자살 시도 신고를 받고 부모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로는 정신건강 전문가가 처리했다. 법 집행기관이 취해야 할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살해위협 건에 대해서는 “당시 크리모가 체포될만한 이유는 없었다. 고소장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크리모 3세가 2020년과 2021년 범행 때 사용한 고성능 소총 등 총기 5정을 샀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법 집행기관과의 접촉이 있었지만 손쉽게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총기 규제를 서둘렀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총기를 사려는 18~21세 신원조회를 위해 미성년 범죄 기록을 확인하고 정신건강 상태를 검토하는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서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크리모 3세는 소총으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군중을 향해 70발 이상을 난사했다. 그가 사용한 총은 AR-15와 유사한 고성능 무기다. 크리모 3세는 비상탈출용 사다리를 이용해 범행 현장으로 올라갔고, 경찰이 접근하자 총을 버려두고 대피 중이던 군중 사이로 들어가 마을을 빠져 나왔다. 크리모는 당시 여성복을 입었는데, 이는 독특하고 화려한 문신 때문에 지역 주민이 자신을 알아볼 것을 염려해 취한 행동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크리모 3세는 이후 모친의 집으로 가 차를 빌린 뒤 도주했다. 경찰은 크리모 3세를 체포했을 때 차에서 또 다른 고성능 소총 한 정도 발견했다.

코벨리 대변인은 “수사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범행 동기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리모 3세가 학창시절 학우들과 교류가 많지 않던 아웃사이더였다는 주장이 나와 ‘외로운 늑대’(lone wolf)형 범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와 같은 반이었다는 한 친구는 “그는 부정적이고 늘 거칠었다. 친구들과 교류하는 데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CNN에 말했다. 또 다른 동창도 “고등학교 시절 점점 더 고립됐고, 항상 혼자였다”며 “아무도 그의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피해자 한 명이 추가로 사망해 총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총격을 당하거나 대피 과정에서 다친 환자는 39명으로 이 중 28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에릭 라인하트 레이크카운티 검사장은 이날 크리모 3세를 7건의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라인하트 검사장은 “계획적이고 계산된 공격에 대한 수십 건의 추가 기소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