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피해자 또 극단선택 시도…한시 급한데 수사 미적

가짜 코인거래소에 12억 뜯겨
“계좌 동결” 협박하며 추가금 요구
경찰 수사 지체로 피해자 고통 가중

태블릿 모니터에 하락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가짜 코인거래소에 전 재산과 빚까지 내 마련했던 12억원을 사기당한 50대 남성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나양 일가족 사망 사건’에 이어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끝내 목숨마저 끊으려는 시도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가짜 코인거래소를 만들어 투자금을 빼돌린 일당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6명으로, 피해액은 15억원 정도다. 경찰은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12월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금융투자전문가라고 소개하는 B씨를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자영업을 하던 그는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되자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B씨는 자신이 가상화폐 투자로 고수익을 올린 화면을 보여주며, C코인거래소 사이트를 알려줬다. A씨는 계정을 만든 뒤 일단 약간의 현금을 해당 사이트에 이체해 가상화폐를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15~30%의 수익이 발생하자 신뢰가 생겼다. 그렇게 투자금을 늘렸다.

그런데 지난 1월 A씨가 그간의 수익금을 인출하려 하자 C거래소 측은 “보증금과 수수료를 내라”며 별도 비용을 요구했다. “추가로 입금할 돈이 없다”고 호소했지만 “그러면 계좌를 동결하겠다”는 협박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미 전 재산 수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한 푼도 회수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추가 자금 투입을 반복하다 보니 A씨는 총 12억원을 입금하게 됐다. 절반 이상은 추가금 독촉 탓에 빚을 내서 투자한 돈이었다.

“이번 주 송금이 안되면 저는 이곳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20% 선이자 주고 구한게 겨우 1만 달러입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호소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기라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미 사이트가 폐쇄된 뒤였다. A씨가 직접 눈으로 확인했던 수익금 모니터 장면은 일당 중 한 명이 실시간으로 조작한 수치였다. 자책하던 A씨는 지난 5월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여전히 의식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의 현재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건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사기 피해에 더해 경찰 수사가 제자리 걸음했던 것도 A씨에게는 큰 부담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건 지난 5월 6일이다. 통상 일주일 이내로 수사관이 배정되지만 이 사건은 두 달여 흐는 지난달 24일에서야 배당이 됐다고 한다. 코인 사기 수사는 가상화폐를 현금화하기 전 계좌를 빠르게 동결하는 것이 피해 회복에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A씨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수사인 점을 감안해 일부러 서울청에 고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사건은 지난 5월 18일 제주경찰청으로 넘어갔다가 같은 달 26일 제주 서귀포경찰서로 이첩됐다. 이후 서울청이 다시 사건을 넘겨받기까지 한 달이 더 걸렸다. 피고소인 주소지나 범죄 발생지가 불분명하다면 최초로 사건을 접수한 경찰청에서 수사해야 했지만, 고소인 주소지로 사건이 잘못 이첩되면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A씨 측은 말한다. 그의 지인은 “수사가 늦어져 직접 사설 업체에 의뢰해 가상화폐 이체 흐름을 쫓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으로 ‘한탕주의’는 심해졌지만, 하락장이 겹치고 사기 범죄마저 급증해 A씨처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진단한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전문의는 “올해 들어 ‘코인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다. 특히 루나 코인 폭락 이후 상담횟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고수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 투자일수록 쾌감과 좌절 폭이 커 불안증세는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수 있습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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