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공무원 피격사건 ‘기밀정보’ 삭제 시인…“연관없는 부대에 전파 막기 위해”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에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요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수집한 초기 기밀정보 일부가 군 정보 유통망에서 삭제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국정원이 전날 첩보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가운데 군 내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서 이른바 ‘기밀 삭제’ 사태가 군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공교롭게도 피살 사건 이후 시점에 예하 부대와 실시간으로 첩보·정보를 공유하는 정보 유통망에서 관련 기밀정보가 삭제된 것에 대해 ‘월북 추정에 무게를 두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군 당국은 정보 유통망에 등록된 민감한 정보에 대한 기밀 접근권을 제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 탑재된 기밀정보 일부가 2020년 9월 23~24일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김 공보실장은 “정보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아니다”라며 “MIMS에 탑재된 민감한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MIMS는 사단급 이상 제대 간 군사 정보를 관리하는 군 내부 정보 유통망으로 정보의 성격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의 정보 수장이 다 관리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김 실장은 “MIMS는 군의 여러 운용체계 가운데 작전상, 군사적 목적상 굉장히 고도의 보안 유지가 필요한 정보를 유통하기 위한 체계”라며 “(등록된) 정보가 필요한 부대나 기관에서 활용이 되는데, 이런 민감 정보가 직접적인 업무와 관계없는 부대에 전파되지 않도록 조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합참은 ‘무단 삭제’가 아니라 절차에 따른 조처였냐는 질문에 “필요에 따라 행해진 조처라고 보면 된다”며 “원본은 삭제된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삭제된 문서 중에는 1·2급 같은 대외비 등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은 MIMS 내 기밀정보 삭제가 일반적으로 이뤄지는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기밀정보 삭제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삭제 지시를 내린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아꼈다.

군 관계자는 “서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데, 관련 내용이 감사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절차의 적절성 여부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군은 ‘필요한 조처’였다는 입장이지만, 기밀정보 삭제가 사실로 확인된 만큼 감사원에서 관련 의혹을 감사 대상에 포함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MIMS에서 삭제된 기밀정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등록된 기밀정보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는지 등 여부에 따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이영철 전 합참정보본부장 등 지휘 라인에 있는 책임자들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씨의 유족 측은 서 전 장관과 이 전 본부장을 MIMS에서 기밀 정보를 삭제한 혐의로 8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는 기밀정보 삭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을 ‘보안사고’로 규정하면서 유출 경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TF 단장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MIMS는 고도로 비밀을 요구하는 SI(특별취급정보) 2급 체계”라며 “문서 삭제나 배부선 조정 등 활동이 외부에 나가는 것 자체가 광범위한 보안사고로 볼 수 있다. 국방부가 관련 내용을 자체조사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정보만 삭제됐는지에 대해선 “(국방부가) 확인해본다고 했고, 이렇게 삭제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많다고 한다”며 “이번 사건만 그런 게 아니라 가끔 이뤄지는 사안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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