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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강박증 청소년

부정적 결과 생각하는 사고와 거리두기 연습


17세의 K는 전기 콘센트에서 누전이 되어 불이 날까 두려워 집을 떠날 때면 모든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거나 확인을 하게 된다. 이런 행동을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다. K는 이로 인해 매번 야단을 맞지만 멈출 수가 없다.

이런 강박증을 치료하는데 약물치료와 함께 행동치료를 사용한다. 행동치료는 두려워하는 자극에 노출하면서도 강박행동하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한 상황에 대한 노출에 두려움을 갖는다. 두려움에는 맞서기 보다는 도망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학습되어 왔고, 생리적으로도 그렇게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노출 치료를 하는 문턱에까지 안내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K가 용기를 내서 기꺼이 전기 누전을 확인하지 않고 등교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치료자 : 만약에 기적이 일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관해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된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K : 그러면 정말 좋겠군요! 확인을 하지 않을 테니 더 늦게까지 자고 지각 안하고 정시에 학교를 갈 수 있겠네요. 남들이 내 행동을 이상하게 보는 것에 신경쓰거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변명거리를 생각하려고 머리 쓰지 않아도 되고요. 선생님한테 야단맞지도 않고요. 벌점도 안 받고요.

치료자 : K에게 중요한 것이 많은 것 같네요.

K : 네, 하지만 이 행동을 멈추는 게 가능하지 않아요.

치료자 : 글쎄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K : 또 두려움에 노출하라는 거군요. 하지만 너무 두려워서 못하겠어요.

치료자 : 어려운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당신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K :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치료자 : 알아볼 의향은 있으실까요?

K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후, 한 걸음부터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노출의 수위를 강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강박적 확인 행동을 안하면서 ‘불이 나서 가족을 잃은 것이라는 강박사고’에 기꺼이 노출할 수 있을 지는 아직 확신이 없어 공포감의 수위가 낮은 ‘심상적 노출’에 참여했다. 심상적 노출은 콘센트에 코드를 꽂은 채로 두고 떠나는 것을 상상하게 하면서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그때 일어나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생각하는 사고와의 거리두기를 연습하게 된다. 상상의 연습을 하면서 이런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과 ‘불안한 ’감정‘은 마치 ’버스의 승객‘과 같다. 당신이 만일 ’버스 운전수‘라고 상상해 보자. 버스에는 계속 어떤 승객은 타고 어떤 승객은 내리기도 한다. 버스 운전수는 그 승객을 바라보기만 할 뿐 어떤 승객을 억지로 내리게 할 수도 타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목적지를 향해 운전을 하면 된다.

생각과의 거리를 두고, 자신에게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면서 실제 상황에 노출을 하고 이때, 좀 더 두렵기는 하지만 차츰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려는 부질없는 강박행동을 하지 않고, 불안감을 견디는 연습을 해나갔다. 차츰 K는 도망가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위해 맞서고 나아가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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